中자본, 세계 2위 LED 장비업체 집어삼켰다… 반도체 후방 기술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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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이 세계 2위 발광다이오드(LED) 생산 장비 업체인 독일 엑시트론을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중국은 LED 생산 장비의 원천 특허는 물론이고 화합물 전력반도체 분야 기술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23일(현지시각) 엑시트론은 중국 푸젠 그랜드 칩 인베스트먼트 펀드(FGC:Fujian Grand Chip Investment Fund)에 회사 소유권을 넘긴다고 발표했다. 거래가는 엑시트론 주식 1주당 6유로, 총 6억7000만유로(약 8898억원)다. FGC는 향후 공개 주식 매수로 엑시트론 주식 60%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 같은 거래가는 20일 엑시트론 종가(4.79유로)에서 25% 이상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지난 3개월 평균 주가로 비교하면 50.7% 프리미엄이 반영됐다. 엑시트론은 회사 최대 주주가 변경되더라도 독일 본사 소재지와 영국, 미국 등 기술센터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틴 고틀러 엑시트론 최고경영자(CEO)와 번드 슐트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자리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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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론의 신형 MOCVD 장비 AIX R6

엑시트론은 미국 비코에 이어 세계 2위 금속유기물화학증착(MOCVD:Metal Organic Chemical Vapor Deposition) 장비 생산 업체다. MOCVD는 질화갈륨(GaN)막을 사파이어 웨이퍼 위로 증착하는 시스템으로 LED 생산의 핵심이자 필수 장비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비코는 60~70%, 엑시트론은 30~40% 점유율을 보유했다.

MOCVD 장비 업계는 LED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엑시트론은 후발주자인 비코에 점유율 상당 부분을 뺏긴데다 LED칩 업체가 투자를 줄이면서 2012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중국 최대 LED칩 업체인 싼안광뎬(SANAN)이 정부 보조금 축소로 장비 구매 계획을 철회하면서 심각한 자금난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자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엑시트론 매입 합의를 이끌어내며 원천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엑시트론이 잘 나갔던 2011년 당시 주가가 40유로를 상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헐값 구매`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MOCVD 기술은 화합물 전력 반도체 생산 등에도 활용할 수 있어 응용 분야가 다양하다. 엑시트론은 MOCVD 외에도 원자층증착(ALD), 플라즈마(PE) CVD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굴기` 정책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LED 공급과잉을 유발한 당사자인데, 그 원인으로 후방 장비 업체가 무너지자 헐값에 집어삼켰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LED 생산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은 MOCVD 장비 최대 구매국이다. 이번 딜로 비코는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MOCVD 장비 기술을 보유한 국내 업계도 `잠재 고객군 이탈` 측면에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출 규모는 미미하지만 주성엔지니어링, 탑엔지니어링, 테스 등이 MOCVD 장비 기술을 갖고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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