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내 항산화 물질을 이용한 새로운 항염증 나노 의약품이 개발됐다.
KAIST는 전상용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빌리루빈이라 불리는 생리활성 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100㎚ 크기의 만성 및 급성 난치성 염증질환 치료용 의약품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5월 4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제1저자는 이용현 KAIST 생명과학과 연구원(박사과정)이다.
최근 고분자나 무기 나노입자 등의 나노 소재들이 질병 진단 및 치료용 나노의약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인공 소재여서 생분해성 및 생체 적합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생체 적합성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항산화 및 면역조절 물질인 빌리루빈에 주목했다.
빌리루빈은 노란색 담즙 색소로, 헤모글로빈에 존재하는 산소 결합 물질인 헴(Heme)의 최종 대사체다.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황달 원인이 돼 예전에는 쓸데없는 물질로 여겨졌다. 하지만 근래 발표된 역학조사에 따르면 빌리루빈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심혈관 질환이나 암 발병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활성산소 제거와 염증 관련 면역세포 조절 기능도 동물 실험으로 확인됐다.
다만 물에 거의 녹지 않는 특성 때문에 빌리루빈을 실제 치료에 적용하지는 못했다.
연구팀은 빌리루빈에 초친수성 고분자인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을 결합한 `페길화 빌리루빈`을 합성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 수용액에서 자가 조립시켜서 직경이 약 100㎚인 빌리루빈 나노입자로 재탄생시켰다.
이 빌리루빈 나노입자는 항산화 및 항염증 효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체에 축적되지 않고 배설돼 빌리루빈의 장점만 갖는다.
효능 확인을 위해 난치성 만성 염증 대표 질병인 대장염의 모델을 쥐에게 투여한 후 빌리루빈 나노입자를 투여했다. 염증이 형성된 부위에 나노입자가 선택적으로 분포됐고, 대장염 진행 차단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장 길이가 짧아지고 혈변 등 부작용이 생기는 대조군과는 다르게 정상의 생쥐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된 것도 확인했다. 황달 등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았다.
빌리루빈 나노입자가 대장염 모델 외에도 허혈성 간질환, 천식, 췌장소도세포 이식 동물 모델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임으로써 범용 항염증 나노의약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앞으로 국내외 연구진과 전임상 및 임상 실험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글로벌연구실 및 KAIST 시스템헬스케어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전상용 교수는 “생분해성 및 생체 적합성이 높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곧바로 임상 적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