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식물이 없다면 인간을 포함하는 동물은 존재할 수 없다. 식물은 광합성으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식물성플랑크톤은 해양 먹이사슬에서 맨 아래에 위치하는 1차 생산자다. 해양 오염이나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아 해양 생태계 상태를 나타내는 지시자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우리가 바다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파란색, 녹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을 볼 수 있다.
바다는 식물성플랑크톤의 농도와 종류에 따라 색깔이 변한다. 통상 농도가 적을 때는 파란색을 띠고 증가하면 녹색으로 변하게 된다.
살아 있는 바다 생태계를 우주에서 들여다보기 위해 개발된 것이 해색위성이다.
해색위성은 가시광선-근적외선 영역에서 바다에서 반사되는 태양광을 측정한다. 해색위성이 전 지구의 해양 식물성플랑크톤 생체량을 추정, 지구 생명과학 지식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6월 26일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 위성 1호기를 발사, 운영하고 있다. 이 위성에는 해양수산부 지원으로 개발된 해색관측 센서가 탑재돼 있다.
정지궤도 해색센서로는 세계 최초다. 기존의 외국 위성이 하루에 한 번 정도 한반도 관측이 가능한 데 비해 이 위성은 한반도 주변을 하루 여덟 번 관측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불가능하던 조석 효과나 일주 변동, 적조 발생 등 연안해의 빠른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해양 관측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한반도 주변 바다는 기후변화,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 무분별한 해양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천리안 해색센서가 적조, 녹조, 갈조, 탁도, 저염수, 수질 등을 준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조기 대응 능력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했다.
천리안 위성 1호기의 후속으로 미래창조과학부, 해수부, 환경부, 기상청이 공동으로 2019년 상반기 발사를 목표로 현재 천리안 2호기를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탑재될 해색센서는 공간해상도가 300m급이어서 연안 지역의 상세한 관측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정부 투자는 주로 하드웨어(HW) 개발에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 자연 재해, 기상이변, 황사, 미세먼지 등이 문제가 되면서 민간 활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정지궤도 해색센서의 사회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위성자료 활용을 위한 소프트웨어(SW) 기술 개발 투자에도 적극성이 더 필요하다.
정지궤도 관측의 장점에도 천리안 위성 1호 및 2호의 해색센서는 가시광선-근적외선 관측에 국한돼 활용 분야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천리안 2호 이후의 차세대 위성에서는 육상 및 대기 관측과 지표면 및 해수면 온도를 관측할 수 있는 자외선·적외선 영역을 추가, 정지궤도 지구관측 종합 위성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정지궤도 위성의 공간 관측 범위를 한반도 주변뿐만 아니라 남반구 호주까지 지구 반구 전체, 즉 태평양 전역으로 넓일 수 있기 때문에 이해를 함께하는 우방 국가들과 공동으로 재원을 마련해 개발비 부담을 분담하는 방식 또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서로가 공유하는 지구환경 보호의 좋은 국제 협력 사례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만들어서 충분히 주도할 수 있다. 국제 연대 출범을 함께 고민해 보자.
박영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물리연구본부장 youngjepark@kio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