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드론 안전성 인증검사에서 `지각 인증`이 속출하고 있다. 12㎏ 이상 중·대형 기체가 검사 인력 부족으로 제때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교통안전공단 항공안전처가 실시하는 `초경량비행장치 안전성인증검사`가 규정된 처리 시한을 넘기는 등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 이 검사는 국내에 시판되는 12㎏ 이상 비행장치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드론 인증 검사는 초도, 정기, 수시 총 세 가지다. 초도검사는 국내에 수입되거나 제작한 드론이 비행 이전에 최초로 받는 검사다. 이후 사업자는 1년, 개인은 2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초도검사다. 판매의 사전 조건과 같은 이 인증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규정상 1주일 이내에 인증 통과 여부가 결정돼야 하지만 지난달부터 이 기한을 넘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방제 드론과 무인헬기 대부분이 인증 문제를 겪고 있다.
드론 수입사나 제작사에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고객으로부터 물량 주문을 받아도 막상 판매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문량이 많은 업체는 수십대씩 인증 대기 기체가 발생하기도 했다.
물건을 받지 못한 고객 항의가 속출했다. 12㎏ 이상 기체 가운데 방제용 드론은 4~6월에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계절상품`이기 때문이다. 고객은 장마 이전에 농약을 뿌려야 한다. 주문해도 받지 못하는 물건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농번기가 되면서 방제드론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인증이 늦어지면서 막상 판매는 못하고 있다”면서 “방제드론은 사실상 계절상품인데 인증 때문에 판매 시점을 놓치면 업체에는 치명타”라고 우려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정부가 늘어난 검사 수요에 능동 대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이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은 8명에 불과하다. 올해 1~3월 인증 신청 건수는 60~80건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인증 신청이 129건으로 폭증했다.
검사 수요가 폭증하면서 업무에 과부하가 걸렸다. 이른바 `지각 인증`이 속출했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방제드론이 속속 출시됐고, 농번기에 드론 수요도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검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과 시간이 한정돼 있는 가운데 4월부터 검사 수요가 급증했다”면서 “인증을 고의로 지연하는 사례는 없다. 업체 측과 최대한 조율하면서 차질 없이 검사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검사인 만큼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부실 검사를 할 수는 없다”면서 “규정된 항목을 모두 준수하면서 평소와 같은 수준으로 검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