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18>실패를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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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189년에 후한 영제가 죽는다. 대장군 하진은 제 누이의 아들 변을 제위에 올린다. 하지만 곧 환관들의 계략에 목숨을 잃고 천하의 대권은 동탁에게 넘어간다. 동탁은 소제 변을 폐하고 새 천자를 옹립하려 한다. 동탁의 위세에 눌린 좌중은 쥐죽은 듯하다. 그때 누군가 분연히 소리친다. “아니 되오. 이건 모반이나 다름없소. 천하는 동공의 것이 아니외다.”

원소는 4대에 걸쳐 다섯 명의 삼공을 배출한 사세오공의 자제다. 후한 건안 5년에 이 원소가 70만 대군으로 조조를 친다. 천하를 건 싸움에서 조조군은 크게 고전한다. 하지만 배수의 진을 친 한판의 전투로 조조는 관도대전을 승리로 매듭짓는다. 그리고 5년 후 원소의 근거지인 기주를 평정하고 천하를 손에 넣는다.

적벽과 한중에서의 싸움까지 조조는 세 번의 큰 전쟁에서 한 번은 이기고 두 번 진다. 화용도에서는 관우에게 은의를 구해야 했으며, 한중 출병은 유비한테만 좋은 일 시킨 채 물러섰다. 하지만 이런 참담한 실패들에도 생전에 천하의 아홉 등분 가운데 여섯 곳을 경락했다.

`삼국지연의`를 지은 나관중은 이 사람에게 지나치게 엄격했지만 후대의 한 유명작가는 병략가로서 그의 자질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승기를 잡는데 누구보다 재빨랐고, 패배의 조짐에 민감했다. 패전에 물러남이 없었으며, 반격으로 싸움을 뒤집었다. 승리는 기발했고, 패배의 상처는 최소한에 머물렀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항상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하고 싶은 것, 바로 실패다. 에드윈 캣멀 픽사 사장의 말처럼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면 필연으로 직면하게 되는 것”, 즉 혁신과 성장을 추구할수록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이것이다.

실패의 두려움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수한 전장에서 수없이 많은 기책을 낸 손무와 오기로부터 왔으나 임기응변의 재능만큼은 손오에 버금갔다던 이 사람의 성공담을 모방할 수는 없을까.

줄리언 버킨쇼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와 마틴 하스 미국 펜실베니아대 교수는 `실패로부터 수확하라(Increase Your Returns on Failure)`라는 기고문에서 “가능한 많은 것을 끌어내고 배우라”고 한다. 실패는 성장 기업에 피할 수 없는 부산물이라고 두 저자는 말한다. “성공한 기업이 성장에 실패하는 이유는 실패의 두려움 탓에 참호 안에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위험회피 문화라 했다.

세 가지를 실천하라고 제안한다. 첫째 모든 실패로부터 대안을 찾으라. 가치 있는 제안을 찾아내고, 대안을 만들고, 적용해 보라. 무언가 작동하지 않을 때 고정관념과 관행을 돌아보라. 최고 인재를 투입하고도 실패했다면 그때야말로 변화를 추진할 때라고 말한다. 둘째 경험을 공유하라. 실패는 나누되 미래 지향의 시각으로 하라. 베스트바이는 중국 지점을 폐쇄했지만 경험은 고스란히 새로 사들인 우싱(五星)이라는 현지 가전소매체인에 접목시킬 수 있었다. 셋째 실패의 패턴을 찾아라. 실패로부터 배웠고, 공유했고, 무엇을 얻었는지 확인하라. 혹스턴벤처스(Hoxton Ventures)는 매분기 파트너들이 함께 어떤 실수를 했는지 근본 패턴을 찾곤 한다. 심지어 상을 만든 곳도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도전과 가치 있는 실패상`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타타 자동차에는 `감히 시도해 보다니`란 이름의 상이 있다. 지금 NASA 홈페이지에 가보라. 2015년 `실패상` 1위와 2위를 비디오까지 곁들여서 소개하고 있다. 그것도 버젓이 `이노베이션챔피언상` 위에 말이다. 감히 도전했기에 더 의미 있다는 것일까.

버크셔 교수와 하스 교수는 기고문의 말미에 이렇게 쓴다. “실패는 최대한의 가치를 그것으로부터 찾았다고 느낄 때 고통이 덜하지요. 매번의 실수로부터 배운 게 있다면, 그걸 나누고 거기다 잘 적용하고 있다면 그건 충분히 값어치를 한 것 아닐까요.” 기업 경영을 천하 경영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다. 하지만 위 무제의 소매를 조금 부여잡는 것도 나쁠 것은 없지 않겠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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