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업체가 운영하는 `자동환불` 제도의 허점을 노려 억대 물건을 가로챈 20대 여성이 구속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제품 구매 후 반품을 신청, 물건 값만 환불받고 물건은 돌려주지 않은 혐의(컴퓨터 등 사용사기 등)로 윤모(24·여)씨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본지 2월 18일자 14면 참조
윤씨는 A사가 지난해 상반기 도입한 반품 서비스 허점을 악용했다. 이는 반품 신청을 하고 물건을 돌려보냈다는 증거로 택배 운송장 번호만 입력하면 바로 물건 값을 환불해주는 서비스다.
윤씨는 노트북과 명품 가방, 신발 등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만 골라서 산 뒤 반품 신청을 했다. 이어 가짜 운송장 번호를 입력하고 돈을 돌려받았다. 돈만 받고 물건을 돌려주지 않았고, 이들 물건은 명품 중고품 거래업체 등에 팔아넘겼다.
허위 운송장 번호를 입력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자 윤씨의 범행이 이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 3월 말까지 3개월 동안 231차례에 걸쳐 1억5000만원 상당을 가로챘다.
윤씨는 서울 전역의 고시원을 전전하며 지냈다. 경찰이 찾은 그의 고시원 방 안에는 아직 처분하지 못한 물건 110여점이 쌓여 있었다. 중학교를 도중에 그만둔 후 특별한 직업 없이 지낸 윤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윤씨가 비슷한 범행을 더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여죄와 공범 여부를 캐고 있다. 물건을 사들인 장물 업자의 뒤도 쫓고 있다.
A사 관계자는 “환불 처리기간이 길다는 고객 불편을 줄이려고 도입한 서비스라서 폐지하기는 어렵고, 개선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A사 외에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와 일부 오픈마켓도 비슷한 자동환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판매자가 반품 상품을 받기 전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을 악용한 블랙컨슈머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구매 비용을 돌려받은 후 잠적하거나 바로 사이트를 탈퇴하기도 했다. 때문에 A씨와 같은 사기 행위 적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