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부도가 나서 사라질 뻔 했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현대모비스가 믿고 일을 맡겨준 덕분에 이제는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내는 회사가 됐습니다. 차량용 안테나 시장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 미래 스마트카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부품이죠. 2020년까지 매출 2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전직원 250명이 뛰고 있습니다”
정순백 위너콤 대표이사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이와 같이 말했다. 위너콤 전신인 삼원금속에 납품업체 사장이었던 그가 회사를 살려내고, 이제는 어엿한 국내 최대 차량용 안테나 제작업체로 키워낸 것이다. 본사가 있는 경남 김해시와 기술연구소가 있는 경기도 화성시를 일주일에도 3~4번씩 오가며 제품 연구와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차량용 안테나 시스템을 연구하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위너콤 기술연구소를 방문했다. 안테나 기술을 연구하는 만큼 주변에 큰 건물이나 높은 전봇대 등 전파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피해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었다. 위너콤 기술연구소는 연구원 32명, 관리직 13명 등 47명이 근무 중인 소규모 연구소였다. 하지만 정밀 기술이 필요한 만큼 하나에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장비를 두루 갖춘 `알짜` 연구소였다.
위너콤 기술연구소는 국내에서 유일한 `야외 전파시험장`을 갖추고 있다 이는 산 정상에 세워져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안테나 품질과 성능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국내에서 개발·생산되는 통합형 안테나 대부분이 이 곳에서 설계와 성능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있다.
위너콤은 `통합안테나` 제품을 주로 연구한다. 이는 라디오 수신 기능만 하던 구형 안테나에 GPS, DMB, HSDPA(초고속 데이터 전송 기술), SDARS(디지털위성라디오) 등을 통합한 제품으로 위너콤이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통합안테나는 현대모비스를 통해 현대·기아차에도 공급되고 있다. 또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자동차, 볼보 등에도 공급된다.
위너콤은 이 외에도 샤크핀 안테나와 함께 장착해 라디오 기능을 증폭시켜 주는 글라스 안테나를 독자기술로 상용화해 국내 차량용 안테나 기술 수준을 한층 끌어렸다. 특히 자동차 도어와 트렁크 개폐 제어용 센서안테나인 LF안테나는 국산화 후 현대자동차 `그랜저HG`에 최초 공급했고, 이후 출시되는 신차에 적용되고 있다.
정순백 대표는 “위너콤이 개발하고 생산하는 안테나 부품은 총 3000여개에 달한다”며 “최근에는 차량에 전파 기술이 많이 적용되면서 다양한 안테나가 필요하게 됐다. 지난해 출시한 현대차 `제네시스 EQ900`에 적용된 총 30개 안테나 중 우리가 공급한 제품이 13개나 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차량용 안테나 시장은 연간 1800억원 규모를 자랑한다. 위너콤은 이 중 약 60% 가량을 차지하며 업계 1위에 올랐다. 다른 업체들은 스마트폰, 라디오, 위성방송 등 다양한 안테나 제품을 취급하지만, 위너콤은 차량용 안테나에만 집중해서 시장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약 1조원 가량 되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매출 기준 7~8위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위너콤의 성장에는 현대모비스와 견고한 파트너십이 있었다. 위너콤 설립 초기 쉽지 않은 경영 여건 속에 기존 자동차업체의 납품계약이 끊겨, 현대모비스 애프터서비스(AS) 부품 공급만 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투싼ix 저용 `통합안테나`와 세계최초 `샤크핀 통합안테나`를 공동 개발하며 협력관계를 강화했고, 이제는 다량의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위너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V2X(Vehicl to Everything)`이다. V2X는 운전 중 도로 인프라 및 다른 차량과 통신하면서 교통상황 등의 정보를 교환하거나 공유하는 기술로,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자동차 등 미래 스마트카 주요 기술이다. 위너콤은 V2X 전용 안테나 시스템을 개발해 국내 및 글로벌 완성차 업체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차량용 안테나 시장은 독일, 미국,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 주도해 왔다”며 “미래 시장에서는 세계 최초 기술을 선보였던 위너콤이 V2X 안테나 기술도 주도해 시장을 이끌어 나가고, 연매출 2000억원 돌파 목표로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