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조직 구조가 독특하다. 검사 역할을 하는 `조사관`과 판사 역할을 하는 `공정위원`이 한 울타리 안에 있어서다. 공정위원은 재판 격인 전원회의, 소회의를 열어 조사관과 피심인의 주장을 듣는다. 여기서 내린 결론은 재판 1심의 효력이 있다.
조사관과 공정위원이 한 조직 안에 있으니 1심 역할을 제대로 하겠느냐는 시각이 있다. 특성상 둘은 엄격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총 9명의 공정위원 가운데 외부인으로 구성된 비상임위원 4명을 제외한 5명은 과거 조사관과 함께 일한 `공정위 선배`일 확률이 높다.
이러한 우려에도 실제 공정위원이 내리는 결론은 냉정하다. 조사관 판단을 완전히 뒤집고 피심인에게 무혐의를 적용하기도 한다. 과징금 부과 주장을 일축하고 시정명령만 내릴 때도 있다.
문제는 이때 공정위 전체가 비난을 받는다는 점이다. `봐주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공정위원이 조사관의 판단을 뒤집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공정위원이 조사관과 다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공정위가 1심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진짜 경계해야 할 것은 `뒤집어지는 결론`을 두려워하는 자세다. 조사관은 공정위원이 다른 결론을 내릴까 봐 법을 소극 적용해서는 안 된다. 공정위원은 피심인의 항소로 법원에서 패소할 것을 우려, 일부러 약하게 제재하면 안 된다. 최근 공정위에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공정위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법원 패소율이나 여론이 아니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한다`는 역할에 스스로 소홀하지 않았는지를 걱정해야 한다. `깨질 때 깨지더라도` 소신 있게 법을 적용하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적극성 강한 분위기가 공정위에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