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가 발생하면 유럽 `단일특허`가 좌초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역내 3대 특허출원국이자 특허소송 평판이 뛰어난 영국이 EU를 떠나면 EU 차원의 단일특허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점쳐진다.
◇단일특허, 출범 앞서 `브렉시트` 변수 직면
특허전문 미디어 IP워치도그는 최근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유럽 `단일특허` 제도가 출범도 하기 전에 좌초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단일특허`란 특허권 하나로 EU 전역에서 동일한 권리를 행사하는 특허권을 말한다. 출원서는 하나지만 국가별 후속 절차를 밟아야 하고 법적 다툼도 따로 진행하는 기존 `유럽특허`의 불편함을 보완했다. 또 `통합특허법원`을 만들어 침해소송 등을 전속 관할토록 해 효율적인 특허권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단일특허는 출범도 하기 전에 브렉시트라는 강력한 변수를 만났다. `단일특허`와 `통합특허법원`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큰 손실이다.
우선 특허사건을 전담할 통합특허법원이 출범하려면 13개국이 통합특허법원 협정을 비준해야 하는데 영국과 프랑스, 독일 3개국 비준은 필수다. 영국 의회가 비준하지 않으면 단일특허제도는 시행도 안 된다는 의미다.
또 영국은 역내 3대 특허 출원국으로 시장이 크고 특허소송 평판이 좋다. 영국이 사용하는 언어도 `영어`여서 단일특허제도가 EU에 뿌리내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영국이 빠지면 이러한 장점은 고스란히 사라진다.
◇영국 빠지면 재협상 불가피
외신은 이 때문에 영국이 빠지면 단일특허 재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영국 없이도 제도 도입은 가능하다는게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장점이 상당 부분 사라지기 때문이다.
먼저 단일특허 제도의 장점으로 내세웠던 비용절감 효과가 줄어든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영국에서 별도로 특허를 출원해야 하는 `이중출원` 문제가 발생한다. EU에서 특허 등록이 가장 많은 4개국 특허료를 더한 `단일특허료` 외에도 영국에 별도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통합특허법원과 영국 법원에서 다른 판결이 나올 경우 법적 안정성에 대한 기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 협정은 통합특허법원 판사 자격을 EU 회원국 소속으로 한정하고 있다. 덩달아 통합특허법원에서 1심을 담당하는 중앙법원 세 곳 중 한 곳을 런던에 설치하기로 했던 결정도 바꿔야 할 전망이다.
영국 입장에서도 브렉시트 후 다른 형태로 단일특허에 참여할 수 있지만 통합특허법원 법정에 자국 판사가 서지 못할 경우 영국이 얻을 실익은 많지 않다. EU가 단일특허 효용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영국 여론조사에서는 `EU 잔류` 의견이 `EU 탈퇴`보다 근소한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찬반 여론은 팽팽하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다음달 23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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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