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17> 사우스웨스트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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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사우스웨스트방식

한 저가항공사가 자금난 속에 사업을 시작한다. 비행기 4대로 짠 운항 계획을 3대로 돌려야 했다. “탑승 과정을 10분에 마치면 가능해요.” 고민에 싸인 경영진에게 한 현장 직원이 답했다. “10분 안에 다시 비행기를 띄우면 하루 3시간을 더 날 수 있어요. 그럼 3대로 4대 스케줄을 뛸 수 있어요.”승객과 화물을 부리고 다시 탑승과 적재 및 기체 상태를 점검하고 주유, 그리고 수화물 캐비넷을 닫고 브리지를 떼는 등 보통 40분 걸리는 프로세스였다.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다. 줄이고 버려야 할 것을 찾아야 했다. 미리 좌석을 배정하는 것도 없앴다. 조종사와 승무원이 청소를 하고 짐을 날랐다.

1967년생 40세의 뉴저지 출신 변호사 허버트 켈러허는 항공사를 창업한다. 동업자는 자신의 고객이던 롤린 킹. 첫 사업 구상은 한 식당의 냅킨 위에 그려진다.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가장 저렴하게 정시에 도착하게 해 준다면 어떨까. 거기다 즐거운 시간이 되게 한다면.”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인 롤린 킹과 켈러허는 항공산업의 변화를 본다. 텍사스에서 저가항공사를 연다. 관행이든 상식이든, 아니면 전통이든 불필요한 비용은 모두 없애기로 한다.

항공산업의 상식인 허브-앤드-스포크 시스템부터 버린다. 대도시 공항을 허브로 해 주변 도시로 노선을 배치하는 대신 주변 도시들을 직항으로 연결했다. 고객이 선호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대도시의 도심공항도 버린다. 으레 제공되는 기내식은 땅콩으로 바꾸었다. 1등석이란 아예 없었고, 고객서비스의 기본인 좌석예약도 사라졌다. 항공기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보잉737만 썼다. 정비나 부품 재고도 줄였다. 출발 직전에 비행기를 교체해야 할 일이 생겨도 큰 문제가 없었다. 대체할 비행기도 어차피 같은 기종이니까.

거의 모든 미국 항공사가 파산한 지난 10년 동안 사우스웨스트는 건재했고, 2015년까지 43년 연속 흑자를 거둔다. “비용 절감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다.

에릭 보나보 이코시스템 회장과 전략컨설턴트인 크리스 마이어는 이 항공사의 창의성에는 끝이 없다고 한다. 어느 해 화물 운송에 병목이 생겼다. 공항 처리 용량 탓에 제때 화물을 실을 수 없게 됐다. 직원들은 이리저리 화물을 옮기고, 방향만 맞으면 우선 실어 보내고 있었다.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리고 곤충에게서 해답을 찾는다. 먹이를 찾아갈 때 지키는 단순한 규칙인 `효율적인 루트를 찾아라`였다. 화물을 부리는 대신 비행기에 그냥 두기도 했다. 엉뚱한 방향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줄면 보낸다. 작업량은 20% 줄었다. 가장 붐비던 화물창 효율은 80% 높아졌다. 비용은 매년 1000만달러 줄였다.

포천지는 2013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하면서 리더십에 대해 켈러허에게 물었다. 그가 내세운 유머 감각과 다채로움 및 `가볍지만 진지하게`가 어떻게 구상되었는지, 그가 자랑처럼 내세우는 적합한 사람을 뽑아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많은 사람이 그것을 직원에 대한 전략이었다고 말하지요. 하지만 나는 이것을 문화라고 얘기합니다.”

모든 것은 비용 절감으로부터 출발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혁신 해결책을 찾았다. 미타니 고지는 `세상을 바꾼 비즈니스모델(Business Model Zenshi)`에서 이것을 “마음 속 상식을 버린다”라고 쓴다.

흥미롭게도 보나보와 마이어가 찾은 생태계 성공담도 마찬가지다. 유연성, 팀워크, 그리고 자기 판단에 따른 행동. “정작 흥미로운 것은 세 번째 요소입니다. 통제하지 않거나 감독이 없을 때 놀랍도록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지요. 어쩌면 켈러허가 유머를 강조한 것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라`는 주문 아니었을까.

주변을 한번 돌아보자. 내가, 우리 기업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이 경쟁우위를 가져다 줄 무엇과 관련돼 있는지. 그리고 거기에 조금이나마 동기 부여와 생동감, 기쁨이나 재미라는 요소가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사우스웨스트식 성공은 잊어야 할지 모른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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