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법정에선IP><15>`직접적이고 명료해야` 우선권 인정

특허는 `우선권 주장`이 가능합니다. 이미 출원한 특허도 일정 기간 내에 보완하면 출원일을 처음 날짜로 소급해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출원일보다 앞선 시점에 해당 기술이 다른 문헌에 등장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특허권은 박탈될 수 있습니다. `신규성`이 사라지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우선권 주장을 인정받은 특허(A)보다 늦게 출원한 특허(B)의 우선권 주장 날짜가 특허(A)의 우선출원일보다 이른 경우는 어떨까요. 대신 특허(B)의 우선권 서류 내용은 관련 기술을 `암시`한다는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원고, `우선권 주장`으로 특허 무효화 시도

사건은 지난 2009년 독일에서 시작됩니다. 소위 `자외선 불감성`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의 특허(A)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자신이 출원한 특허(B)의 우선권 주장을 요청합니다. 우선출원일을 인정받으면 피고 특허(A)의 신규성을 부정할 수 있습니다.

인쇄판과 고무 롤러를 사용하는 오프셋 인쇄기용 `자외선 불감성 평판 인쇄 플레이트` 제조법 특허 기술이 특허(B)의 우선권 서류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자료 속 조성물이 해당 기술을 실시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업계 종사자가 해당 자료를 보면 쉽게 기술을 파악할 수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반면 피고는 원고가 제출한 우선권 자료에는 특허(A) 관련 기술이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우선권 주장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맞섭니다. 자사 특허가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피고는 원고가 제시한 특허(B)의 우선권 문서에 일부 공정이 포함됐지만 불분명한 부분이 많아 같은 기술로 보기 어렵다고 항변했습니다.

Photo Image
우선권 주장 요건 / 자료: 한국지식재산보호원

1심에서는 원고가 웃었습니다. 법원이 원고가 제출한 특허(B)의 우선권 증명서류가 해당 기술을 직접 표현하지 않았지만 두 기술 사이 개연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우선권을 주장하는 서류 속 기술이 선출원의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돼 있지 않아도 기술 특징이 서류 전체에 구체적으로 나타나면 우선권 주장을 인정한다`는 유럽특허조약 88조를 폭넓게 인용한 결과였습니다.

◇피고, 항소·상고심서 역전승

하지만 항소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특허 기술이 우선권 서류에 있다지만 전체 기술의 일부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당시 업계 종사자가 수차례 실시한 뒤에야 특징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불분명하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대법원도 지난 2012년 항소법원과 같은 판결을 내립니다. 대법원은 여기에 `기술 동일성 여부를 판단할 때는 우선권 주장이 신규성 판단보다 엄격해야 한다`는 내용도 추가했습니다. 권리를 이미 부여한 특허의 신규성을 부정하려면 증거로 제시한 선행문헌 내용이 직접적이고 명확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죠.

이번 판결의 시사점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권을 주장하려면 제출 서류가 모든 기술을 명시적으로 포함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업계 종사자가 해당 문헌에서 발명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 기술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할 때 신규성보다 우선권 주장 기준이 더 엄격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상세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