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카드없이 홍채인증으로 결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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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아즈락 난민캠프에서 한 난민이 홍채인증으로 결제하고 있다. (사진자료:유엔 식량계획(WFP)

시리아 출신 난민 디카(27)씨는 토마토와 닭고기, 요구르트를 바구니에 넣은 후 계산 카운터에서 계산대에 설치된 카메라를 바라본다. `찰칵`소리가 들리고 영수증이 나온 후 계산은 간단하게 끝난다. 그는 “현금이나 신용카드 없이도 쇼핑을 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요르단 암만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사막에 있는 아즈락 난민캠프. 시리아에서 탈출한 약 4만명 난민이 수용 중이다. 난민캠프 슈퍼마켓에서는 4월부터 홍채인증만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 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요르단 난민캠프에 처음 도입한 이 시스템은 바우처나 신분증, 신용카드 없이 간편하게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캠프 난민이 슈퍼마켓에서 사용하는 것은 WFP가 매월 지급하는 1인당 20디나르 상당 식비다. 슈퍼에서 촬영된 이미지는 유엔난민기구(UNHCR) 컴퓨터에 보내져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데이터와 비교한다. 일치하면 등록자에게 배분된 식비에서 자동으로 대금이 인출된다.

WFP 담당자는 “예전에는 은행 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 당하는 난민도 많았다. 홍채인증 도입으로 난민이 편리하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WFP는 그동안 지역 여건에 따라 화폐, 바우처와 현금체크카드 등으로 지원방법을 다양화했다. 바우처 프로그램은 지역내 상점을 이용하기 때문에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식량 운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르단 난민 캠프에 처음 도입된 홍채인증 결제시스템으로 바우처 서비스가 더 간편해졌다. 바우처 등록과 관리 비용이 개선됐고 수혜자도 편리하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UNHCR은 2013년부터 요르단 등에서 3세 이상 모든 난민 홍채를 등록했다. 레바논·이라크·이집트·시리아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193만3000명 약 378만건이 등록됐다. UNHCR이 홍채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2011년에 시작된 시리아 분쟁이다. 요르단에는 올해 4월까지 약 64만6000명의 시리아 난민이 쇄도했다. 그중 80%는 난민 캠프가 아니라 암만 등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UNHCR은 “흩어져 살고 있어 지원비를 전달하기 어려워 난민 지원 방법을 재검토해 홍채인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홍채인증 도입으로 바우처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생활 지원비를 이중으로 받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요르단은 2008년부터 암만은행이 홍채 인증에 대응할 수있는 ATM을 설치했다. UNHCR에 등록한 난민이 ATM 카메라로 홍채를 촬영해 인증을 받으면 생활 지원비를 출금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UNHCR은 홍채인증 난민 지원을 세계로 넓힐 계획이다. 아프가니스탄, 콩고민주공화국, 아이티, 인도, 파키스탄 등으로 홍채와 지문 등록을 시작했다. WFP도 요르단 모든 시리아 난민캠프에 홍채인증 결제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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