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팀이 인간 배아를 13일까지 키우는 데 사상 최초로 성공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발달생물학교수 막달레나 제르니카-괴츠 박사 연구팀은 7일된 체외수정 인간배아를 자궁 조건과 유사한 특수 배양액이 담긴 시험관에서 13일까지 키워내면서 발달과정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텔레그래프가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재 불임 클리닉에서는 체외 수정된 배아를 7일간 배양한 뒤 자궁에 주입, 자연조건에서 성장하면서 착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자궁에 주입된 후에는 배아가 어떻게 자라는지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주입된 배아의 자궁착상 성공률은 25%에 불과하다. 배아 발달결함이 바로 자궁 주입 후 단계에서 일어난다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결함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낼 길이 없다.
제르니카-괴츠 박사는 “이 단계가 배아 발달과정에서 가장 `불가사의하고 신비로운` 시기”라며 “이번 실험 성공으로 배아발달에 매우 중요한 이 단계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아가 자궁착상에 실패했을 때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면 자궁착상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실험에서 배아가 10일째에 이르자 작은 세포집합체인 외배엽(epiblast)이 형성되는 것을 관찰했다.
외배엽은 나중 태아를 형성하게 되고 주변 세포는 태반과 난황낭을 만드는데 연구팀은 이 두 가지가 자라날 두 개 공간(cavity)이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연구팀은 배아를 13일까지만 키웠다. 영국은 연구용 배아를 14일까지만 배양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부터는 배아 개체성(individuality)이 인정된다는 이유다.
이 실험이 성공하자 배아를 배양할 수 있는 제한 기간을 더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로빈 로벨-배지 박사는 “제한 기간 연장은 `벌집`을 건드리는 격이 될지 모른다”며 “벌집 개방이 판도라 상자가 될지 아니면 보석상자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과학자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 실험은 영국 보건부 산하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Human Fertilisation and Embryology Authority)의 승인 아래 진행됐다. 실험에는 체외수정 임신을 시도하고 있는 한 부부가 기증한 배아가 사용됐다.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됐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