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델과 EMC가 `델테크놀로지스`로 새롭게 출발한다. IBM, HP 등을 제치고 연매출 830억달러(약 94조원)에 이르는 IT 공룡이 등장, 시장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2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EMC월드 2016`에서 마이클 델 델(Dell) 회장과 조 투치 EMC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통합 법인명을 `델테크놀로지스`로 공식 발표했다. 두 회사 주력 분야인 서버, 스토리지 등 엔터프라이즈 부문은 `델EMC`로 전환한다.
마이클 델 델 회장은 “합병되는 두 회사 사명은 델테크놀로지스가 될 것”이라며 “엔터프라이즈 부문은 델EMC로 하고, 컨슈머 부문인 델을 포함해 시큐어웍스, 버츄스트림, RSA, VCE 등 기존 브랜드는 유지한다”고 말했다.
2001년 첫 개최한 EMC월드는 세계 스토리지 1위 기업 EMC가 관련 시장 동향과 기술, 주요 신제품을 소개하는 연례행사다. 매년 1만~1만3000명이 행사장을 찾는다. 올해는 `델-EMC 합병`에 따라 조 투치 EMC 회장뿐만 아니라 마이클 델 델 회장이 참가해 합병 경과와 향후 비전을 발표했다.
행사 첫날 마이클 델 회장은 기조연설 중 통합 회사명 `델테크놀로지스`를 깜짝 발표했다. PC를 넘어 기업용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델테크놀로지스는 사업 부문 브랜드인 △델EMC(기업용 솔루션) △델(PC) △VM웨어(가상화) △시큐어웍스 및 RSA(보안) △버추스트림(클라우드) 등을 아우른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기업용 솔루션을 총괄하는 델EMC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델테크놀로지스가 겨냥하는 시장은 클라우드다. EMC월드 주제인 `데이터센터 현대화`도 기존 IT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미래 비즈니스 환경을 대비하는 클라우드에 초점을 맞췄다. 델이 가진 x86서버와 네트워킹 기술을 EMC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과 결합해 클라우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
조 투치 EMC 회장은 “수십 억 개 기기가 서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는 디지털 혁명을 유발한다”며 “변화의 큰 부분인 클라우드에 대처하기 위해 강력한 솔루션과 전략이 필요하다. 델과 EMC가 합쳐진 회사는 이러한 변혁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주력으로 했던 시장이 달랐던 만큼 시너지도 기대한다. 두 회사는 서버와 스토리지가 핵심이다. 델이 스토리지 사업도 하지만 대부분 중소기업 시장을 겨냥한다. 서로 다른 제품과 시장을 공략하는 `교차 판매`에 기대를 건다.
합병 절차는 마무리 단계다. 지난 18일과 23일 각각 유럽연합(EU)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합병 승인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승인 받았다. 내달 열리는 EMC 주주총회와 중국 지역 합병승인 등 모든 절차를 오는 10월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델테크놀로지스가 공식화되면 IT 업계에 초대형 공룡이 탄생한다. 지난해 델과 EMC 매출은 각각 580억달러, 247억달러를 기록했다. 두 회사 매출을 합치면 IBM(814억달러), HP엔터프라이즈(530억달러)를 넘는다. 종사자 수만 해도 17만명 이상이다.
마이클 델 회장은 “HP는 분사 후 회사 규모가 오히려 작아졌다”며 “회사가 작아지면 R&D 투자와 유통망, 영업 인력도 작아진다. IT 시장에서 성공과 혁신을 이끌려면 규모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