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칩과 관련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간 특허 침해 소송이 1년 8개월만에 해결됐다.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두 회사가 미국 연방법원, 국제무역위원회(ITC), 특허청에 제기한 지식재산(IP)권 소송을 즉시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전은 엔비디아가 먼저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2014년 9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삼성이 그래픽 칩과 관련된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엔비디아는 삼성의 엑시노스5와 퀄컴의 스냅드래곤805에 자사 그래픽 처리장치(GPU) 기술이 무단으로 도용됐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정부에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등을 포함한 삼성 스마트폰 수입 금지도 요구했다. 이에 삼성도 2개월 후 엔비디아가 메모리 배열 방식 등 자사 특허 6건을 침해했다며 ITC와 미국 버지니아주 지방법원에 맞고소했다. 엔비디아 그래픽칩을 사용한 태블릿PC와 게임기의 미국 수입금지도 함께 요구했다.
이번 합의는 양사 분쟁과 관련해 엔비디아 일부 제품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릴 ITC 최종 판정을 수시간 앞두고 이뤄졌다. 앞서 ITC는 지난해 12월 엔비디아가 삼성 그래픽 처리와 관련된 특허 3건을 침해했다는 예비 판정을 내리고 이날 최종 판정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ITC는 특허침해 제품 미국 수입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양측 합의가 이뤄지면서 미국 내 수입금지 조치는 없던 일이 됐다. 상세한 합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금액이 오갔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성명에서 “양사는 소규모 크로스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며 “그러나 전반적인 크로스 라이선싱 계약은 아니며 기타 보상도 없다”고 밝혔다. 삼성은 웹사이트에 “공정한 합의로 이번 분쟁을 해결하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치열한 경쟁 관계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세계 각국 규제당국에 낸 소송 등 진정을 모두 취하키로 합의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유럽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 인도 등지에서 벌여온 특허 소송 등을 취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과 MS는 상대편에 대한 특허소송 약 20건을 모두 철회하기로 지난해 합의한 데 이어 일부 분야에서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등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잇따른 정보기술(IT)기업 특허소송 취하는 그동안 주력이었던 스마트폰과 PC시장이 지난해부터 급격히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전이 회사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4년 9월. 엔비디아, 삼성전자와 퀄컴을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소
2014년 11월. 삼성전자, 메모리 배열 방식 등 칩 관련 특허 침해했다며 엔비디아를 ITC와 미국 버지니아주 지방법원 맞고소
2015년 12월. ITC, 엔비디아가 칩 제조와 관련해 삼성 특허를 위반했다고 판결.
2016년 5월. 삼성전자-엔비디아 특허소송 취하 합의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