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이용률 2%로 유명무실한 `하도급지킴이` 시스템에 35억원을 투입해 고도화한다. 상용시스템 사용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개발 사업을 추진해 혈세만 낭비한다는 지적이다. 이용자가 외면하는 공공 정보시스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일 나라장터 따르면 조달청은 6억5500만원 규모 2016년 하도급지킴이 기능 고도화 사업을 발주했다. 3년간 35억원을 투입하는 1차연도 사업이다. 1차 입찰이 유찰돼 재공고했다.
하도급지킴이는 원·하도급업체 간 전자계약과 대금지급, 실적관리, 모바일 등 기능을 제공한다. 건설업계에 공정한 하도급 거래문화를 조성하고자 2014년 가동했다. 취지와 달리 건설업계 전체가 외면한다. 이용률은 가동 첫 해 나라장터 전체 공사 대비 0.8%, 지난해에는 2% 수준이다.
건설업계가 외면하는 이유는 하도급 대금 직불제도 적용 때문이다. 발주기관이 하도급 공사대금을 해당 업체에 직접 지불한다. 원청업체는 사업 부실 등 하도급업체 문제를 모두 떠안는다. 대금지급이 직접 이뤄져 프로젝트 관리가 불가능하다.
재하도급업체 대금 지급 기능이 없어 하도급업체 대금 미지급 사례도 속출한다. 대금 미지급 피해자는 재하도급업체 건설 노동자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조달청이 사용자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행정 편의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고도화 사업도 문제다. 35억원 규모 사업을 3년으로 나눠 추진한다. 올해 분석·설계를 거쳐 내년 개발, 테스트를 진행한다. 2018년 3단계로 수정 사항을 적용한다. 자금집행시스템 등 핵심 기능 제공은 2018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근본적 문제인 프로세스 개선보다 시스템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조달청은 고도화로 시스템이 개선돼 이용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보기술(IT)업계는 상용시스템 도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부도 공공 IT서비스에 상용시스템 도입을 권장한다. IT업계 관계자는 “조달청은 수년 전부터 대기업과 다수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상용시스템을 외면하고 자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한전·LG화학 등이 민간 상용시스템을 도입해 하도급업체와 상생 결제체계를 갖췄다.
정부 공공 IT인프라 대상 대대적 점검이 필요하다. 행정자치부는 과거 전자정부시스템 등 공공 IT인프라 이용현황을 점검, 외면받는 시스템을 통합하거나 폐기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운영 예산을 절감하고 대국민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수년이 지났지만 이용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상용시스템 도입 확산 등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