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학자]최완 ETRI 고성능컴퓨팅시스템연구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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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인류 최대 숙제인 암유전체 공동연구에 참여합니다. 슈퍼컴 개발로 인류에게 암으로부터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적 어젠다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슈퍼컴 개발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ETRI 고성능컴퓨팅시스템연구실 최완 책임연구원 바람이다. 최 책임에게는 이력이 말해주듯 SW 달인이라는 별명이 따라 다닌다.

최 책임은 ETRI에 재직한지 올해로 31년이다. 전전자교환기(TDX) 시스템SW인 컴파일러, 실시간 운용체계, 실시간 DBMS 개발 주역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연구분야에서는 한국형 온디맨드 SW서비스, 세계 첫 리눅스용 SW스트리밍 엔진을 개발했다.

클라우드컴퓨팅연구부장을 맡고서는 가상데스크톱 기술인 VDI 솔루션을 개발, 중소기업에 기술이전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시스템을 LG유플러스를 비롯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에 기술이전하는데 기여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웹하드도 최 책임 손 때가 묻어있다.

최 책임은 지난 2011년 슈퍼컴에 꽂혔다. 그가 잘하는 SW를 빅데이터에 적용하는 걸 고민하면서부터다.

“사람의 염기쌍은 30억개나 됩니다. 방대한 염기쌍 정보를 빠르게 읽고 분석하고 저장하려면 초고속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대규모 스토리지를 갖춘 슈퍼컴퓨팅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실제 DNA 분석 및 서비스 80%는 컴퓨팅 기술에 의존합니다.”

유전체 분석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1인당 1테라바이트(TB)가 필요하다. 전 국민이 유전체를 분석하는 건강검진 시대가 되면 현재 1600만명에 해당하는 16제타바이트(ZB)가 필요한 셈이다.

그는 슈퍼컴을 SW적으로 접근했다. 당시 세간의 슈퍼컴 평가는 주로 CPU연산 성능을 강조했으나 그는 묵묵히 초고속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스토리지를 포함하는 전체 슈퍼컴퓨팅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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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유전체를 분석하려면 상용 CPU보드, 상용 인터커넥트 HW를 부품으로 활용하는 대규모 스토리지 기술과 연계하는 시스템SW를 개발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최 책임은 ETRI가 보유한 대규모 스토리지 기술에 기반을 두고 `MAHA(마하)` 슈퍼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세계적 암유전체 연구그룹인 국제암유전체컨소시엄(ICGC) 슈퍼컴퓨팅시스템 서비스에 적용돼 있다. 이 서비스는 세계 여섯 개 슈퍼컴 센터만 참여 중이다.

ETRI가 만든 마하는 현재 110테라플롭스 성능을 낸다. ICGC에는 CPU 800 코아와 1.3 페타바이트(PB)의 스토리지를 서비스로 제공한다.

내년에는 ICGC 워크숍을 국내에서 개최한다.

최 책임은 지난해 말 미래창조과학부 우수성과 100대 과제에 선정됐다. 미래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암 사망자는 전세계적으로 매년 1000만 명에 이른다. 국내도 한 해 10만명이 발병하고 7만명 사망한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중국 등은 이미 암유전체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이 눈앞에 다가오기 때문이다.

최 책임은 “국내서도 향후 시장이 형성될 암유전체 분석 시장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산발적 연구로는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없다”며 아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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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최 책임은 올해 말이면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바로 유전자 검사 분야에 규제 개혁이 풀려 병의 진단 및 치료에도 유전자 검사로 비용청구가 가능해져 새로운 거대시장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최책임은 신테카바이오라는 연구소기업도 만들었다. 향후 이와 같은 기업을 통해 유전자분석 서비스가 우리나라서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 책임은 컴퓨팅 파워는 미래사회의 중요한 국력 중의 하나임을 강조한다. 그중에서도 슈퍼컴퓨팅 SW에 대한 핵심원천 기술을 독자적 확보와 상용화하기 위한 추가적 연구와 정부의 지원, 산학연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독자적 슈퍼컴퓨팅 SW 기술은 암질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에 대한 유전체 분석, 다양한 사회기반시스템의 지능정보 서비스를 저렴하고 편리하게 맞춤으로 제공할 중요한 기술 분야다.

결국 거대한 저장공간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쓰는 프로세싱을 필요로 하는 지능정보서비스가 국가 경쟁력의 관건이 될 것으로 최 책임은 전망했다.

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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