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게임개발을 총괄하는 정상원 부사장은 26일 넥슨 판교사옥에서 열린 NDC16 기조강연에서 “많은 고민 끝에 올해 키노트 세션을 맡게 됐다”며 입을 열었다.
올해 NDC 주제는 `다양성`이다. 최근 게임산업은 양극화가 심하다. 다양성을 논하기 앞서 생존을 말해야 하는 것이 어울린다.
정 부사장의 “많은 생각을 했다”는 발언은 이런 시장상황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정 부사장은 “그래도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사장은 “게임을 만들다보면 멋진 그래픽과 현재 트렌드를 섞는 등 과정을 거치며 마지막에는 항상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스템을 넣게 된다”며 “원래는 마지막 양념 같은 것이, 이제는 게임 특성을 지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과정에서 게임 산업을 선순환 시킬 다양성이 부족해진다는 지적이다.
자원 재분배도 고민해야 하는 문제로 꼽았다. 게임성보다 홍보와 마케팅이 앞선다는 것이다. 홍보와 마케팅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정 부사장은 “스케일이 아주 큰 게임이 아니라면 돈을 벌어 다시 제작에 투입하는 선순환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다양성 상실은 제작사의 소극적 태도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게임 제작자들이 예전에 비해 소극적”이라며 “제작에 투자하는 대신 홍보와 마케팅에 올인하는 바람에 최근 나오는 게임 수준이 모두 엇비슷해졌다”고 분석했다. 정 부사장은 “게임이 마치 대형마트에서 파는 `설탕`처럼 돼버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영화 `쥬라기공원`은 누구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줄 알지만 설탕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것처럼 게임이 공산품화됐다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으로 시장 중심이 바뀌며 소비층이 대중화된 것도 게임이 다양성을 잃어버린 이유로 꼽았다.
구글, 애플 등 거대 플랫폼이 게임 유통에 뛰어들며 게임 배급사와 개발사는 이익률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정 부사장은 “마치 서부 골드러시 시절, 청바지 회사만 이익을 본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정 부사장은 게임 콘텐츠가 획일화되는 것은 생물학점 관점에서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날두, 아인슈타인을 복제하면 우수 형질을 보존할 수 있다”며 “하지만 다양한 유전자는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장 우수한 콘텐츠를 장담할 수 없고 이익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지만, 게임업계는 계속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부사장은 “트렌드에 따라갈 것인가? 다른 길을 찾을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호수 가장자리에만 물고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당연하게 에버랜드를 찾을 것인가? 사람 없이 쓸쓸하더라도 한적한 곳을 찾아갈 것인가? 선택에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정 부사장은 “좋은 낚시 포인트는 넓은 호수 한 가운데뿐만 아니라 건너편에 있을 수 있다”며 “생각을 넓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부사장은 새로운 퍼스트무버에 사업적 이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람의나라, 리니지, 뮤,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리니지2, 크로스파이어, 라그나로크, 블레이드,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등 첫 개척자는 각자 영역에서 영향력이 매우 크다”며 “패스트 팔로어는 전작과 차별화를 위해서 더 큰 비용, 제작·마케팅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 산업이 흥행 비즈니스임을 감안할 때 퍼스트무버를 노리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정 부사장은 “콘텐츠 산업은 정답이 없다”며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처럼 결국 본질은 콘텐츠에 있다”고 역설했다.
결국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나서는 것이 게임시장 다양성을 넓혀나가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데미스 하사비스, 스티브 잡스, 엘론 머스크 등 혁신을 가져온 천재들은 모두 게임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게이밍 경험이 영화, 건축,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것에서 보듯 게임은 혁신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