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에 미래를 예측한 그림을 보면 태양열 주택, 전자 신문, 스마트홈, 원격진료, 지능형 로봇(청소로봇) 등이 그려졌다. 로켓 타고 달나라로 수학여행가기 빼고 다 됐다. 51년 전에 이런 변화를 예측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올해 초에 50년 뒤 미래를 예측한 그림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을 얘기한다. 옛날 그림보다 감흥이 덜 온다. 이미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에 젖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영화에서 얘기한 미래가 하나하나 현실이 됐다. 1990년에 나온 SF영화도 빅데이터, 무인자동차, 인공지능, 모션 센서 다 다뤘다. 인터넷도 제대로 안 되던 시기에 로봇이 택시운전기사 역할을 하는 미래를 그렸다. 일종의 무인자동차다. 이런 걸 상상한 것이 참 대단하다. 영화에서 얘기됐던 것이 현실로 가깝게 다가온다.
인터넷 태동기를 인터넷1.0 시대, 모바일과 소셜 서비스가 더해진 게 인터넷2.0 시대라고 한다. 이제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가 추가되며 인터넷3.0 시대가 됐다. 정보기반 네트워크에서 지능기반 네트워크로 발전한다. 그래서 정보사회를 넘어 지능정보사회라고 한다. 2011년 말에 데이터가 화두가 되면서 정보사회를 넘어서 변화가 일어난다고 느꼈다. 최근 엄청나게 변화가 쏟아진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일반 국민조차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말로 설명하려면 5~10년은 걸리는데 알파고가 한 번에 공감대를 만들어버렸다.
변화 속도가 빠를수록 멀리 보고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 지능정보사회가 오면 경제 산업 측면에서 지능의 산업화, 산업의 지능화가 일어난다. 그 뒷단에는 사회 인프라가 있다. 기존 네트워크 인프라를 넘어 지능 인프라, 데이터 인프라, 창의 인프라가 빠른 속도로 만들어질 것이다. 최적화된 개인 맞춤형 지능서비스가 만들어진다. 직업혁명이 일어난다. 지능노동과 휴먼 노동으로 양분화된다.
세계 각국에서도 굉장히 많이 준비한다. 미국은 지난해 신국가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일본은 인공지능 기반 신로봇전략을 추진한다. 중국은 지난해 양회에서 대뇌계획 추진한다. 민간 기업에서는 구글이 세계 각지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능정보 생태계를 점령하려 한다. IBM도 체스에서 범용으로 왓슨을 확대한다.
드론, 로봇, 사물인터넷 등 거의 모든 영역에 인공지능이 들어간다. 우리 삶과 산업을 굉장히 많이 바꾼다. 모든 서비스와 비즈니스가 지능기반이 된다. 기존 ICT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게 만들어 편의성과 생산성 향상했다면 지능기술은 인간까지 초월해 삶의 근본적 혁명을 만든다. 이에 대응하려면 근본적 혁신이 개인부터 인프라 산업 전반에서 일어나야 된다.
1996년이 정보화 원년이라면 2016년은 지능정보사회 원년이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처럼 IT를 열심히 한 나라가 없다.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체계적으로 추진했다. 2016년을 기점으로 향후 20년 동안 어떤 전략으로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지능정보기술 연구소 설립, 지능정보기술 선점, 전문인력 저변 확충, 데이터 인프라 구축, 지능정보산업 생태계 조성 등이 핵심 과제다. 민간과 정부부처 협력은 필수다.
정부에서 경제혁신, 국민행복, 사회문제해결을 지능정보사회 암묵적 방향성으로 제시했다. 목표도 중요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 시기에 맞춰 국민 공감형 비전이나 슬로건이 필요하다. 김대중 정부 때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라는 슬로건이 정말 좋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민 창의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로 제시했다. 지능정보사회에서는 `세계에서 지능과 창의를 같이 잘 활용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하나의 I`가 아니라 `트리플 I`가 됐으면 좋겠다. 지능(Intelligence), 인프라(Infra), 혁신(Innovation)이다. 지능과 인프라만 있으면 기술 중심적이다. 이노베이션을 더해 인간 중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능은 상황인지, 감성인지, 의사결정지원, 사전예측, 개인화, 자동화 등 인공지능 기술로 국민 삶 전체를 편리하게 하는 것이다. 인프라는 그 뒷단에서 중요하다. 클라우드, 데이터, 사물인터넷, 창의인프라 네 개로 정리했다. 이전에 초고속 정보통신망 인프라 계획처럼 제대로 된 인프라를 만들 필요가 있다. 필요한 데이터 구축 체계를 만들고 민관공유로 활발히 이용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를 모으고 공유해서 서비스나 비즈니스를 만드는 `공유활용허브`가 필요하다. 영역별 허브가 범국가적으로 통합 연결돼야 한다.
하지만 지능정보사회 종합대책에서 기술만 강조하다보면 혁신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 부분이 강해져야 한다. 혁신을 위해 지능정보 `기술`만 생각하지 말고 인간이 만드는 창조를 더해야 한다. 아무리 기술과 인프라가 좋아도 창의적 사고와 아이디어 없이는 좋은 결과를 거두기 힘들다. 우리나라가 세계최고 수준 ICT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활용과 서비스 개발은 이에 못 미친다. 진정한 지능정보사회는 인간중심 지능정보기술 기반 창조사회다. 이를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
사회적 긍정 공감대 형성이 기술 공감대 형성보다 중요하다. 엘론 머스크, 스티븐 호킹 등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가장 앞서 간 사람조차도 지능정보가 자칫 악마를 소환하고 인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빅데이터가 나오면서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두려움도 커졌다. 지능정보사회에서 위험성과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 원점에서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만 생각하지 말고 인간도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상상력과 직관 등 인간적인 것을 얼마나 잘 적용할지가 중요하다. 역설적으로 지능정보사회가 커질수록 인간적인 것이 중요해진다. 지능정보사회에서 인간 경쟁력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형 지능정보사회 청사진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 개개인을 어떻게 준비하게 해야 하는지도 중요하다. 지능정보사회를 누가 주도하고 누가 이끌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21세기 시대정신을 변화 엔진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 기술로 편리하게 만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지능정보사회가 되도 인간은 단순하고 믿을 수 있고 감성적이고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서비스를 원한다. 기술과 인간 두 요소를 조화롭게 융합해야 한다.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는 마켓 3.0 시대는 기능, 감성, 영혼까지 충족시켜야 한다고 했다. 마켓1.0 시대는 기능만 만족하면 돼 좌뇌만 필요했다. 마켓2.0에서는 기능과 감성까지 만족해야 했다. 좌뇌와 우뇌 다 필요하다. 지능정보사회가 마켓3.0 시대라면 좌뇌, 우뇌, 가슴까지 동원해야 바람직한 사회가 된다. 기술 발전으로 지능정보사회가 시작됐지만 기술을 넘어서야 한다. 올해 정부가 주도해서 계획을 만들지만 한 번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능과 창의를 융합시켜 모범적인 지능정보사회 모습을 만들어가도록 지속적 방향성 논의가 필요하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