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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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개인 회계 기록을 바탕으로 `아우구스투스 업적록`을 썼다. 또 각 가정 가장에게 가계부를 기록하도록 했으며 가계부를 세리가 감사하게 할 정도로 회계가 번성했다. 그러나 국가회계는 일관성이 없었고 기만행위가 만연했다. 투명한 회계를 이루기는 어렵지만 회계 부정 유혹은 강하고 끈질기기 때문이다.

회계는 책임을 묻고 평가하기 위한 도구다. 그러나 오용하면 사기 도구로 전락한다. 일찍이 이탈리아 르네상스나 네덜란드 공화정처럼 투명한 회계 시스템을 갖춘 사회는 번영했다.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처럼 부실한 회계는 사회 붕괴를 초래했다.

1300년 무렵 토스카나와 이탈리아 북부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알려진 복식부기는 이익과 손실을 계산하는 필수 도구이자 재무 관리 근간이다. 회계는 행정부를 심판하고 책임을 묻는데 필요한 `대차 균형`이라는 개념도 가져왔다. 초기 자본주의 사회는 회계 시스템과 그에 상응하는 재무적, 정치적 책임성 시스템을 개발했다. 따라서 회계는 정치적 정당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사고방식을 가져왔다. 대차균형이 이뤄졌다는 것은 사업을 잘했을뿐 아니라 통치를 잘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르네상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700여년에 걸친 회계 역사와 정치적, 재무적 책임성 역사를 함께 살펴본다. 재무적 책임성을 달성하기가 왜 그토록 어려운지 수많은 역사적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1340년 제노바 공화정은 중앙정부 관청에 대형 등록부를 두고 도시국가 제노바 재정을 복식부기로 기록했다. 피렌체는 1427년 법에 따라 피렌체 토지 소유자나 상인은 복식장부를 기록해 카타스토(catasto)라고 하는 정부 세금 감사를 받아야 했다.

16세기 들어 이탈리아 도시공화정이 쇠락하고 거대한 절대군주제가 등장하자 회계 관심은 희미해졌다. 당시 스위스와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복식부기 회계는 사라졌다. 16세기 스페인 제국 펠리페 2세, 프랑스 루이 14세는 회계에 관심을 가졌지만 14세기 제노바를 비롯한 북이탈리아 공화정만큼 안정적이고 중앙집중적 복식회계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 선거제 정부가 등장한 19세기 영국에서도 부패와 무책임이 만연했다. 재무 책임성 메커니즘을 설계한 초기 미국도 도금 시대에 악덕 자본가, 대규모 분식회계, 재정 스캔들과 재정 위기에 빠졌다. 재무 책임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달성하기 힘들다. 이는 기업 차원에서건 정부 차원에서건 마찬가지다.

애덤 스미스, 칼 마르크스 등 근대 경제사상가는 회계를 자본주의 발전에 필수라고 봤다. 베버, 좀바르트, 슘페터는 회계를 경제 성공의 필수 요소이자 경제사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들은 회계가 경제 문제뿐 아니라 정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간과했다.

저자는 수천 년에 걸친 인류 역사에서 회계가 어떻게 왕국과 제국과 전체 문명을 형성했는지를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와 함께 서술한다. 최근 역사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점점 더 투명해지고 상호연결된 세상에서 어째서 책임성 있는 회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제이컵 솔 지음, 정해영 옮김, 메멘토 펴냄, 2만2000원.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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