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경영시스템 인증 시장이 내년부터 민간 자율로 풀린다. 인증기관 관리에 구멍이 생기고 시장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17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은 내년 1월 시행되는 `산업표준화법`으로 이관된다. 법 이관에 따라 기업 품질경영체계(ISO9001) 관련 조항(7조의2 품질경영체제인증의 신뢰성 향상)이 사라진다.
이 조항은 기업 품질경영 잣대로 잘 알려진 ISO9001 인증기관 적합성 평가를 규정한다. 조항이 없어지면 인증기관 적합성을 관리·감독하는 한국인정지원센터(KAB)가 민간 인증기관을 관리할 법적 근거도 없어진다.
기업경영 인증제도 변화는 환경인증시스템에도 이미 적용됐다. 지난 1월 기업 환경경영 체계(ISO14001) 인증기관이 적용받는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 촉진에 관한 법`에서 벌칙·과태료를 규정한 29조2항과 32조가 삭제됐다. 해당 법 조항은 부실 인증기관을 처벌하는 근거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법 개정 배경에 대해 “규제 완화가 목적이다. 국제적인 민간 인증기구 ISO가 있는데 국내법에 근거를 두고 처벌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 법이 사라지거나 이관되면서 부실 인증기관 제재나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AB 관계자는 “현장 조사가 힘들어지는 등 인증기관 관리가 어려워 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인증기관 관리가 부실하면 인증을 제대로 받은 기업이 피해를 입고, 소비자는 `깜깜이 인증`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ISO9001·ISO14001 관련 인증기관 수는 계속 늘고 있다. KAB 소속 국내 인증기관은 작년 이후 9개 업체가 신규 등록했다. 2013년부터 따지면 15개 업체가 새로 생겼다. 경영시스템 인증 시장 성장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AB 관계자는 “작년 한해 인증 유지건수도 1.8% 늘었다”며 “인증 시장은 미미하지만 성장세에 있다”고 밝혔다.
인증 시장 성장세 속에 부실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ISO9001 기준으로 올 2월 신규 인증 등록은 717건이지만 취소 건수도 657건에 달했다. ISO14001 인증 또한 같은 기간 신규 인증 351건·취소 315건이었다. 취소 비율이 90% 수준이다. 10건이 등록되면 9건은 취소되고 있는 셈이다.
KAB 관계자는 “인증 불필요에 의한 자진반납, 경영 악화로 인한 비용절감, 인증기관을 변경하는 인증 전환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인증기관의 부실 인증 우려도 계속 나온다. 외국계 인증기관은 국내 기관에 비해 느슨한 관리를 받는다. 외국계 인증기관에 대한 KAB의 관리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계 인증기관은 우리나라 기관보다 많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ISO 9001 관련 외국계 인증기관은 72개, 우리나라 인증기관은 51개다.
정부는 민간 자율 전환에 따른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아직 시간은 있다”면서도 “부실인증신고센터 설립과 해외 인정기관과 협력하는 방안 등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