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부터 중국 다롄 공장에서 3D 낸드플래시 칩을 직접 생산합니다. 이 칩은 인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용으로 소화됩니다. 그간 마이크론과 합작으로 공장을 운용했으나, 이제는 자체 생산 체계를 갖추게 된 것입니다. 플래시메모리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해석하면 됩니다.”(데이비드 룬델 인텔 클라이언트 SSD 전략수립·마케팅 책임자)
인텔이 3D 낸드플래시로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던졌다. 인텔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사 첫 3D 낸드플래시를 사용한 SSD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날 자리에는 인텔에서 SSD 전략을 수립하고 마케팅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한국을 직접 찾아 브리핑했다. 룬델 책임자는 지난 13, 14일 중국에서 개최된 개발자포럼 참석 후 곧바로 방한했다. 낸드플래시 최강자인 삼성전자 안방에서 신기술, 신제품을 공개하는 건 `한 번 해보자`는 뜻이라고 전문가는 해석했다.
인텔은 1985년 D램 사업을 포기한 이후 메모리 분야에선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지난해 약 6조2000억원을 투입해 중국 다롄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으로 전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메모리 시장에 다시 진출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곳에선 마이크론과 공동 개발한 3D 낸드플래시를 시작으로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가 생산될 예정이다. 이들 메모리 칩은 최근 컴퓨터용 저장장치인 SSD에 탑재돼 판매된다.
룬델 책임자는 “SSD가 전체 스토리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0~20% 수준이지만 앞으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텔도 이 사업을 키워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인텔은 이날 3D 낸드플래시 칩을 탑재한 첫 SSD P3320, P3520 시리즈를 선보였다. 고성능 32단 3D 낸드플래시를 탑재하고 지연시간을 줄인 PCI익스프레스 3세대 4레인(PCIe Gen3 x4) 인터페이스를 지원해 종전 SATA 방식 2D 낸드플래시 탑재 SSD 대비 성능이 3.45배 향상됐다.
마이크론과 공동 개발한 플로팅게이트(FG) 방식 3D 낸드플래시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플로팅게이트는 2D 낸드플래시에 활용되던 기술 방식이다.
룬델 책임자는 “지난 25년간 성능이 검증된 FG 방식을 채택해 비용 효율성을 증가시켰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FG에서 진화한 방식인 차지트랩플래시(CTF:Charge Trap Flash) 기술을 3D 낸드플래시에 활용한다. CTF는 셀간 간섭 현상을 줄이기 위한 기술로 절연체에 전하를 저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FG는 메모리 셀이 미세화될 수록 간섭 현상이 심하고, 전하를 자주 넣었다 뺐다 하면 제 기능을 잃는 단점이 있다.
인텔은 자사 3D 낸드플래시 칩과 CTF 방식 칩을 탑재한 SSD간 수명과 신뢰성 비교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룬델 책임자는 “올 연말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를 탑재한 SSD `옵태인`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할 것”이라며 “3D 크로스포인트는 D램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낸드플래시보다는 빠르고 `비휘발성`이라는 특징도 갖고 있어 고성능 SSD나 저속 D램 등 다양한 신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PC,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SSD를 묶음 상품으로 구성해 판매하면 경쟁사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SSD 시장에서 54억달러(약 6조2100억원) 매출과 38% 점유율로 시장 1위 자리를 지켰다. 인텔은 매출 19억3400만달러(약 2조2000억원), 점유율 14%를 기록했다. 인텔은 2014년까지 서버 등 엔터프라이즈 SSD 시장에선 1위를 달렸으나 지난해 삼성전자에 근소한 차이로 뒤지며 1위 자리를 내줬다.
<2015년 전체 SSD 시장 매출액 순위(자료 IHS, 단위 백만달러)>
< 2015년 서버·엔터프라이즈 SSD 시장 매출액 순위(자료 IHS, 단위 백만달러)>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