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홈쇼핑 업계가 10번과 20번 인기 채널 사이 `A급` 채널 번호를 노린다. 지상파 방송 사이 `S급` 보다 송출수수료가 저렴한데다 종합편성(종편) 방송, CJ E&M 계열 채널이 지상파 못지 않은 시청률을 확보하면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TV 홈쇼핑과 T커머스 사업자는 IPTV 정기 채널 개편 시즌을 맞아 A급 채널을 차지하기 위한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5일 IPTV와 위성방송을 결합한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에서 정기 채널 개편을 진행했다. TV홈쇼핑을 포함한 총 122개 채널 번호를 변경했다.
그동안 10번을 차지했던 홈앤쇼핑은 12번 롯데홈쇼핑과 자리를 맞바꿨다. 지상파 사이에서 비지상파 사이로 이동한 셈이다. T커머스 신세계쇼핑과 W쇼핑은 기존 22번, 25번에서 각각 21번, 22번으로 앞당겼다. 각 홈쇼핑 사업자가 운영하는 T커머스 채널도 30~40번대에서 20~30번대로 대거 이동했다.
통상 유료방송 플랫폼은 채널 등급을 S·A·B·C로 구분한다. S는 지상파 채널 사이, A는 20번 이내 종편 등 인기 채널 사이다. B는 인기 채널 사이를 제외한 20번 이내 번호, C는 이외 채널이다. 홈쇼핑과 T커머스가 20번대를 가운데 두고 앞뒤에서 몰려드는 형국이다.
TV 홈쇼핑 고위 관계자는 “비지상파 채널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A급 채널 홈쇼핑 매출도 늘고 있다”며 “S급 채널 홈쇼핑이 A급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수익 악화를 우려한 유료방송이 수용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홈쇼핑이 유료방송에 지불하는 S급과 A급 채널 송출수수료 요율은 각각 전체 판매액 대비 15%와 10% 수준이다. S급서 A급으로 채널 번호를 바꾸면 최소 수십억원에 달하는 송출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유료방송은 전체 매출액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는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줄면 경영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홈쇼핑의 A급 채널 이동을 허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KT는 오는 27일 IPTV 올레tv에서 정기 채널 개편을 진행한다. 39개 채널이 새로운 번호로 이동한다. 일부 홈쇼핑은 이번 개편에서 S급에서 A급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기 채널 개편을 앞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IPTV 플랫폼에서도 A급 채널 번호를 차지하기 위한 홈쇼핑, T커머스 사업자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홈쇼핑 관계자는 “비지상파 채널이 지상파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방송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S급 채널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상당한 비용을 줄이면서도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A급 채널로 이동하면서 모바일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진출하는 사업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 유통/프랜차이즈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