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리튬 이온전지와 관련한 새로운 시험인증 안전규정이 6개월 정도 유예된다. 강화된 인증제도를 알지 못해 미처 인증을 받지 못한 업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시험인증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맞춤형 인증과정`도 마련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에너지밀도 400Wh/L 미만 소형 리튬 이온전지도 시험인증을 받아야 하는 새로운 규정을 6개월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1000mA 이상 리튬이온 배터리 가운데 에너지 밀도가 400Wh/L를 넘지 않으면 배터리 안전 시험을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소형기기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폭발 등 안전사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전자담배가 배터리 문제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작은 배터리를 사용하는 제품도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7월 전기용품 안전관리 운용요령을 일부 개정했다.
해외에서 배터리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정책도 규정을 바꾸는데 한 몫을 했다. 국표원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소형 배터리 시험 인증을 강화하는 추세다. 정민화 국가기술표준원 전기통신제품안전과장은 “일본을 제외한 세계 각국이 배터리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정을 강화한다”며 “우리만 일본을 따라 `갈라파고스`에 갇히면 안된다는 취지에서 안전관리 운용 요령을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된 규정이 이달 1일부터 적용되면서 400Wh/L 미만 소형 리튬이온전지를 주로 사용하는 블루투스 기기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가 배터리 시험인증을 대행업체에 맡기면서 바뀐 제도를 알지 못한 것이다. 시험인증을 받지 못한 배터리를 사용한 블루투스 제품은 시장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허주원 지티텔레콤 대표는 “당장 배터리를 들여와 블루투스 이어폰을 생산해야 하는데 배에 싣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블루투스 관련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라고 반박했다. 전자담배와 다른 구조로 배터리를 사용하는 애꿎은 블루투스 기기 업계만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이다.
지티텔레콤뿐 아니라 다른 블루투스 기기 업체도 중소기업 옴부즈만을 통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표원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개정된 규정을 적용하는 시기를 6개월 정도 늦춰 업체가 인증 받는 시간을 주고 제품 판매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배터리 제조사 시험성적서를 받아 저렴한 비용으로 인증 받는 방법도 추천하고 있다. 정 과장은 “특정 기기 분야만 예외를 둘 수는 없지만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특정 배터리 모델에서 파생된 제품은 인증된 것으로 인정하거나 업계 맞춤형 인증 프로세스를 갖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튬이온 배터리 안전확인 대상 여부 개정 전후 비교(자료 : 국가기술표준연구원)>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