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특허를 출원하려면 국내보다 10배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 이 중 절반은 특허 변호사 등 출원 대리인에 돌아간다. 특허 출원서를 작성하는 비용만 최소 1만2000달러(약 1400만원) 이상이다. 앞으로는 이처럼 `비싼` 미국 특허 출원 비용이 30% 가까이 낮아질 전망이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특허지원센터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연방항소법원(CAFC)이 특허 대리인(Patent Agency)에도 비밀유지특권(Privilege)을 부여하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국내 기업의 미국 특허 출원 비용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기존 특허 변호사(Patent Attorney)에만 인정되던 비밀유지특권이 특허 대리인에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대리인에 출원을 맡길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미국 특허 출원은 주로 현지 특허 변호사 또는 특허 대리인이 담당한다. 특허 출원부터 소송까지 전담하는 변호사는 출원만 맡는 대리인에 비해 수임료가 20~30%가량 높다. 이 수임료 차이는 비밀유지특권에서 기인한다.
비밀유지특권은 특허 소송에서 법률 대리인과 의뢰인 간 주고받은 의뢰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권리로, 특허 관련 기업비밀을 유지할 안전장치로 활용된다. 원고·피고가 가진 증거를 상호 공개하는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 위주로 진행되는 미국 특허 소송에서, 비밀유지특권 없이는 기업 비밀이 낱낱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초 비밀유지특권은 특허 변호사에만 한정돼 특허 대리인은 이를 행사할 수 없었다. 제한된 특허 대리인 역할로 인해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도 특허 변호사에 출원을 맡기는 관행이 굳어져왔다. 특허 대리인을 통해 출원한 특허가 법정에 설 경우 △선행 기술조사 내용 △특허 등록 가능성 △주요 청구항 작성 기술 등 핵심적인 내용을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항소법원 판결로 특허 대리인도 비밀유지특권을 갖게 돼 미국 특허 출원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저비용 고효율 출원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기업 비용 절감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출원비가 가장 비싼 소프트웨어(SW) 특허는 현재 1만6000달러(약 1800만원)에서 약 500만원 이상 비용이 줄어들 전망이다.
특허 대리인이 갖는 비밀유지특권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선행 기술 관련 의견, 특허 등록 가능성 등 출원과 직결된 관련 사항 외에 침해 여부 등 추가 안건에 대해서는 비밀유지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특허 변호사가 행사하는 비밀유지특권만큼 조밀한 안전망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윤동엽 KEA 특허지원센터장은 “이번 판결은 높은 미국 특허 출원 비용에 휘청하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에 희소식”이라며 “향후 미국 특허 출원시 특허 대리인을 통해 비용을 절감, 효율적으로 특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특허 출원 대리인 비용 / 자료: IPWatch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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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영 IP노믹스 기자 sy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