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검색 목록에서 제외하는 `잊힐 권리`를 놓고 진통이 계속됐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잊힐 권리 가이드라인(안)을 수정·보완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 제정안을 보고했다. 지난달 세미나에서 공개한 가이드라인(안)과 동일한 내용이다.
방통위는 이용자 본인이 작성한 글, 사진, 동영상 등을 삭제할 수 있는 잊힐 권리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인터넷사업자가 자기 게시물 삭제를 허용하지만 회원 탈퇴, 회원정보 분실 등 통제권을 상실했을 경우 게시물을 없애지 못한다.
방통위는 법제화 부담을 피하려 법적 강제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을 중간 단계로 삼았다. 해외에서도 잊힐 권리에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을 감안, 제3자를 제외한 `자기게시물`로 적용 범위를 좁혔다.
가이드라인은 이용자가 자기게시물을 직접 삭제하기 어려울 때 관리자나 검색사업자에게 내용 삭제, 검색 배제를 요청하는 절차를 규정했다. 회원 탈퇴, 계정 미사용으로 인한 회원정보 파기, 회원정보 분실 등이 해당된다. 인터넷사업자는 요건 충족이 확인되면 즉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검색 목록에서 제외해야 한다.
방통위는 전체회의에서 가이드라인 초안을 보고 받고 내용을 수정·보완해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사업자 부담이 크다는 인터넷업계 주장을 일부 수용한다는 뜻이다.
업계는 지난달 가이드라인(안)이 공개되자 이용자 보호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적용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다.
이용자가 직접 게시물을 삭제하기 힘든 때는 회원 탈퇴, 회원정보 분실 사유가 대부분이다. 사업자 역시 이용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회원 탈퇴 시 개인정보를 폐기하기 때문이다.
최초 접근 배제 요청인과 제3자 간에 가치 충돌이 발생할 때 사업자가 판단하는 것도 문제다. 민간 기업이 법적 분쟁 소지가 있는 부분에 결정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 삭제 요건이 충분하지 않으면 사업자가 이용자 요청을 반려해도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시간이 있으니 사업자 의견 수렴, 설득·이해를 구해 가능하면 원만한 내용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자)”며 “서로 공감하고 원만하게 준수하는 쪽으로 진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일각에서 제기한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구글 등 국내에서 활동하는 해외 사업자와도 협의, 동일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