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대결을 담은 국내외 최초의 바둑에세이 `78`(처음사, 282쪽)이 출간됐다.
이 에세이는 바둑판 위에서 벌어진 7일간의 전쟁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기보를 담고 있지만 바둑 해설서는 아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로 명명된 다섯 판의 바둑을 따라가며 이세돌과 알파고는 물론 바둑과 인공지능, 승부의 뒷이야기, 상처입은 한 인간의 투혼 등 이야기를 풍성하게 담았다.
3국이 시작되기 20분 전, 이세돌이 대기실에서 산삼 한 뿌리를 먹은 이야기 등 언론에 소개되지 않은 숨은 일화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은 신이 창조한 최고의 인간과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기계가 벌인 대결의 현장 속으로 뛰어 들어간 다큐멘터리이자 승부의 여행기 나아가 교양과 인문의 냄새까지 풍기는 묘한 책이다. 무엇보다 이세돌과 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대결을 다룬 국내외 최초의 책이라는 점에도 의의가 있다.
이 책의 제목인 `78`은 세 판을 내리 지며 벼랑 끝에 몰린 이세돌이 4국에서 1202개의 CPU와 176개의 GPU를 장착한, 인간이 창조해낸 괴물 알파고를 무너뜨린 `신의 한 수`이자 `인간의 한 수`인 백78수에서 따왔다.
이 수는 완벽하지 않았으나 결국 최초로 인공지능을 무너뜨린 한 수가 되었다. `계산`의 영역이 닿지 않는 미지의 공간에서 한 줄기 희망처럼 빛을 냈던 백78은 인간만이 둘 수 있는 `인간의 수`였다.
`78`의 저자 양형모는 월간바둑 기자와 한국기원 홍보팀장을 지냈으며 현재 스포츠동아 생활경제부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 책에 실린 다섯 판의 바둑은 방송 해설자로 바둑 팬들에게 친숙한 김영삼 9단이 해설했다.
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추천사에서 "정치도 바둑처럼 부득탐승(不得貪勝)해야하고 공피고아(攻彼顧我)가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의 부조리와 불공정, 반칙과 특권으로부터 `Resign`을 받아야한다"고 했다.
이창호 9단도 "이세돌 사범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완벽한 기보를 남기고 싶다`던 꿈을 이 책을 통해 함께 느껴보자"며 추천했다. 나성률 기자 (nasy2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