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앞둔 시점에서 지식재산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는 절실한 현안이다. 반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지식재산은 그 자체가 법적 권리라는 측면에서 이를 지원하는 사회 인프라로서 법률전문가 역할이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런 인식 아래 수년전 로스쿨제도가 도입·운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로스쿨의 지식재산 분야 실무 교육 실효성 확보 논의는 도외시되고 주객이 전도돼 변호사에 대한 변리(지식재산) 분야의 과도한 실무수습만 강조되는 등 직역다툼으로 호도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먼저 이런 논쟁은 변리사법 개정에서 시작됐다. 그간 변호사는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취득했지만, 법 개정 이후 변호사의 변리 실무수습 교육 방안이 논의 중이다. 변호사 단체는 전문 실무수습교육기관인 로스쿨이 있으니, 실무연수는 변호사 단체의 지식재산연수원 수습교육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변리사회는 변호사 역시 변리사와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지식재산 분야의 법률전문가 양성이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범국가 정책 차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일부 단체와 언론은 직역다툼 내지 획일적인 평등원칙으로 호도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적지 않다.
피상적으로 보면 변리사와 동일한 기준으로 변호사 역시 변리 수습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로스쿨의 기본 역할인 지식재산 분야의 공식 법률전문가 양성이라는 점을 간과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 견해다.
참고로 변리사시험에 합격한 변리사는 응시자격 등에 제한이 없이 일반 필기시험 등에 합격한 뒤에 실무수습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변호사는 이공계 등 학부에서 4년, 그리고 로스쿨에서 3년간 법률전문 실무 및 연수교육을 받아야 하고, 나아가 실질 경쟁률이 50% 정도인 변호사시험도 합격해야 한다.
그럼에도 별도 실무수습을 더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무시한 채 변리사와 변호사를 동일선상에 두고 획일적으로 평등한 수습과정 및 기간 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면이 있다. 또한 이는 곧 로스쿨 제도를 형해화하는 정책으로 볼 수도 있다. 나아가 변호사에게 지나친 실무수습요구는 변호사들에 대한 과잉규제다. 그 뿐만이 아니라 지식재산 분야에서 제한적인 대리권만 가진 변리사의 독점적 지위를 지나치게 고착시키는 부작용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식재산 분야에서 다양한 전문가가 상호 경쟁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가진 지식재산법률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지원 인프라의 궁극적 수혜자는 지식재산분야의 사법소비자이기 때문에 논의 초점은 사법소비자 수요에 제대로 부응하는 방향으로 맞춰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 논의는 다소 선정적인 직역다툼으로 흐르고 있고, 언론 역시 이를 “싸움”이라는 흥미 위주로 다루고 있어 안타깝다.
이번 변리사법 시행령 개정 논의에서 법무부, 로스쿨 교수와 학생, 그리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운영하는 정책당국자 역시 주요 이해관계자다. 그런데 논의의 심각성 등에 대한 인식은 다소 미흡한 것 같다. 개정안 논의과정 자체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후세의 지식재산산업 종사자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나아가 논의 참여자들이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다는 걱정까지 앞선다.
그럼에도 여전히 논의 과정에서 기본 방향 설정 등 사안에 대한 기본적 이해 부족과 왜곡, 공감대 형성 부족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냥 내버려 두면 향후 지식재산산업에 심각한 부작용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정책 당국 및 이해관계자 모두 넓고 열린 마음으로 거시적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국가 미래의 백년대계 차원에서 제대로 설계하기를 감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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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대한특허변호사회장 ksy@lawks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