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인터넷 김제이기자] “사자는 한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달립니다. 하지만 사슴은 살기 위해 목숨 걸고 달립니다. 사슴의 마인드로 살기로 마음먹고 처절하게 뛰었습니다. ‘그래, 가족들을 위해 살자. 앞으로 내 인생, 내 행복은 없다. 조금만 뒤로 미루자’는 마음가짐으로 살았습니다.”
체어로 안창규 대표가 ‘제7회 기업가정신 콘서트’의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서서 한 말이다.
안 대표는 1988년에 직원 5명, 자본금 800만 원으로 매형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오전에 제품을 제작하고 오후에 판매해 그 금액으로 자재를 다시 구입해 제작하며 운영하던 중 창업 7개월이 됐을 때 위기가 닥쳤다.
“매형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24살 어린 나이에 ‘체어로’라는 회사를 혼자 맡게 됐습니다. 힘든 나날들이 계속됐고, 매입처들은 출고정지도 내리며 빚 독촉이 계속됐습니다. 그때부터 마음을 독하게 먹게 됐습니다. 1992년에는 공장의 화재로 다시 재건해야 했고, 5년 후에 2차 화재가 났으며, 설상가상 옆 공장까지 태우는 악재가 계속 됐습니다. 특히, 1997년은 정말 힘든 시기였습니다. IMF로 과거 환율 900원대에 받은 달러 대출이 IMF 후 2,000원 대로 환율이 오르면서 대출은 2배로 증가해 빚이 많아지고 불경기가 계속되는 시련을 맞았습니다. 당시 정말 하늘을 원망했습니다.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는지. 하지만 제가 나약해지면 저와 제 주변사람들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제가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불경기 때는 직원들 급여일 3일 전에 세면대 하수구가 막힐 정도로 머리가 빠지는 등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했다.
“월급이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보험을 해약해서 월급을 대체하는 등 회사의 손해도 심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저의 노력을 이해해주고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똘똘 뭉쳤습니다. 직원들에게 우리가 굶든 하나라도 같이 나눠먹든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니 흔쾌히 받아줬습니다. 그렇게 우리 회사의 직원들은 동고동락했습니다. 체어로의 평균 근속연수는 18년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 체어로에 분위기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전국에 PC방이 계속 생기면서 체어로에 주문이 폭주했습니다. 또, 국가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체어로에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특히, 2010년 서울 G20에 체어로의 의자가 선정되며, 여러 홍보 마케팅을 통해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체어로에는 타 기업과 달리 축구장이 마련돼 있다.
“보통 제조업은 연장자가 대부분이고 젊은이라고 하더라도 외국인 노동자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가가 생각을 바꾸면 얼마든지 청년들을 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한 것은 축구를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축구하며 토요일이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축구팀을 만들어 효과적으로 인재를 활용하고 싶습니다. 체어로 배 축구대회 등 남양주시에서 축구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체어로라는 회사를 여행도 하고 놀 수 있는 놀이터 같은 회사, 그리고 정년 없는 기업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모두를 즐겁게 하는 기업이 제 목표입니다.”
이번 기업가정신 콘서트에서 강연하기로 결정하고서 행사 전날까지 연습하면서도 포기할지 말지 고민할 만큼 자신 없었다고 했다.
“출근했을 때 책상에 올려진 사탕 3개를 봤습니다. 한 직원이 올려놓고 간 것이었습니다. 사탕 문구에 ‘할 수 있어. 파이팅. 잘 될거야’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을 굳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참석하신 분들도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용기내시길 바랍니다.”
이 날 행사에 안 대표의 아내 김미숙 씨와 딸 안지혜 씨가 참석했다. 김 씨는 열심히 일한 남편과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남편과 직원들에게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족적인 분위기라는 걸 이야기할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는 부득이하게 퇴사하는 직원들도 회사에 찾아오기도 하고 여전히 거리낌 없이 연락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 함께 하고 있지 않지만 그 직원들이 진심으로 좋았던 곳이 체어로라고 이야기를 할 때마다 ‘아, 우리가 잘못 살진 않았구나. 참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 씨는 어릴 적부터 안 대표로부터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가짐이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저와 동생들한테 강조하고 했던 것은 돈이 아닌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자신이 능력을 타인에게 좋은 쪽으로 펼치도록 하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아버지 또한 그 말을 항상 실천해오셨습니다.”
김제이기자 (kimje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