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결합 명문화, 케이블TV 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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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통신방송 업계 시선이 `동등결합`에 쏠렸다. 이달부터 통신방송 결합상품에서 동등결합이 강제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케이블TV업체가 원하면 모바일 상품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케이블TV업체 입장에서 `케이블TV+SK텔레콤 이동전화`라는 이종교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케이블TV 결합상품 경쟁력이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부정적 견해도 있다. 강제력이 있긴 하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작동하면 활성화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과 맞물려 동등결합이 케이블TV `생존권`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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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상품 고시` 관보 게재

방송통신위원회는 6일 `결합판매의 금지행위 세부 유형 및 심사기준 일부개정` 고시를 관보에 게재했다. 고시는 효력을 즉시 발휘하면서 `동등결합`도 강제력을 확보했다. 동등결합은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결합상품을 케이블TV도 `동등하게`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케이블TV가 SK텔레콤 이동전화 서비스를 빌려 써도 된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고시에서 동등결합 금지행위 유형을 구체화했다. SK텔레콤은 동등결합 제공을 거절해서는 안 되며, 차별적인 대가와 조건으로 제공해서도 안 된다. 제공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것도 금지다. 강제력이 더 세졌다.

지금까지 동등결합은 `유명무실`했다. 법에 조항은 있었지만 이른바 `보이지 않는 장벽`에 막혀 실제 출시된 사례가 없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모두 마찬가지다. 2008년 5월 처음 도입된 이후 제 역할을 못했다. 8년만에 고시가 강화되면서 동등결합이 활성화될 것으로 방통위는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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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야 할 현실의 벽

SK텔레콤은 동등결합 상품이 한 건도 나오지 못한 것은 신청이 한 건도 없었기 때문이지 일부러 안 해 준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케이블TV 업계도 이 점에는 동의한다. 실제로 신청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청을 하지 못한 사정이 있다.

케이블TV가 좌절을 맛본 가장 큰 이유는 동등결합이 결코 `동등`할 수 없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이 출시한 결합상품A와 케이블TV가 내놓은 동등결합상품B가 동일한 가격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경쟁 상대에게 좋은 조건으로 상품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고시에서 동등결합 강제력이 더욱 높아졌지만 케이블TV 업계가 선뜻 환영하지 못한 이유다.

케이블TV 측은 정부가 조금 더 나서 주길 바란다. 업계 자율에 맡길 게 아니라 직접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사적 계약에 정부가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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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결합 꽃필까…케이블TV 생사 갈림길

동등결합은 케이블TV에 생존이 걸린 문제다. 케이블TV는 위기에 처한 근본 원인을 결합상품에서 찾는다. 이동전화가 포함된 결합상품 경쟁력이 낮아 이통사에 가입자를 뺏겼다는 것이다. 결합상품 개별품목 할인율을 통일하는 `동등할인`이 무산된 상황에서 동등결합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케이블TV 가입자는 1453만명으로 1133만명인 IPTV에 바짝 쫓기고 있다.

케이블TV는 동등결합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인가 사업자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도 협상할 방침이다. KT는 지난해 말 동등결합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케이블TV 업계와 상생협력을 공언, 성사 가능성이 높다. 업계 의견을 모아 이통사와 협상 방법을 정하기로 했다.

케이블TV 업계는 내심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 시도가 동등결합 활성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통사가 케이블TV를 합병하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케이블TV 위기를 의미하는 만큼 근본 대책 가운데 하나로 동등결합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케이블TV 업계 고위관계자는 “케이블TV 업체는 분명한 단품 경쟁력을 가졌지만 결국 모바일을 갖지 못해 결합상품에서 밀리는 것”이라면서 “합병 심사 과정에서 이에 대한 정책 배려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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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및 IPTV 가입자 수 추이(단위:명)

자료:2015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동등결합 명문화, 케이블TV 구할까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