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18개월만에 최고치…아베노믹스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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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장중 한때 110엔 선이 무너졌다. 아베노믹스를 이끈 엔저가 엔고로 `유턴`하면서 아베노믹스가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5일(미국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장중 한때 달러당 110엔을 밑돌아 109.94엔까지 떨어졌다. 1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일본은행이 2014년 10월 양적완화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올해 1월에는 전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지만, 엔화 강세 흐름을 막지 못했다.

아베 정권은 대대적으로 돈을 풀어 엔화 약세를 유도하면 기업 수출이 늘어나고 임금이 상승할 것이라며 지난 3년간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아베 총리가 집권한지 반년 만에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달러당 85.36엔에서 100엔까지 치솟았다. 2014년 말에는 엔화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며 10월 30일 달러당 110엔을 돌파했고, 12월 5일에는 120엔을 넘겼다. 지난해 6월 5일에는 달러당 125.63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규모 돈 풀기에 일본 실물경제 지표도 호조를 보였다. 일본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3월 2조7950억엔으로 7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엔저로 수출 기업이 힘을 받으면서 지난해 2분기 일본 상장사 경상이익이 8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 신화는 3년 만에 거품이 꺼지고 있다. 엔화 가치가 1년 6개월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면서 아베노믹스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출기업 실적호조가 임금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내수가 살아나지 못해 당초 구상했던 긍정적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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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발표도 약발이 없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면서 지난달 7∼11일 외국인 순매도가 34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뉴욕증시와 유럽증시도 모두 하락하면서 세계 안전자산 매입세가 강화돼 달러당 110엔이 붕괴됐다.

이날 아베 총리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엔화 강세에 일조했다. 그는 “각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는 피해야 한다”며 “외환 시장에 인위적인 개입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시장에서는 엔고 저지를 위해 일본은행(BOJ)이 금리 추가 인하를 주문하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 중인 BOJ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이 제한적이라는 회의론도 팽배하다.

엔고로 일본과 경쟁 중인 한국 제품이 수출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아베노믹스 도입 후 엔저로 인한 수출 비상상황으로부터 벗어나 일본 시장 수출과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에 유리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엔화가치 급등은 전통적으로 일본경제는 물론이고 세계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 좋은 전조로 작용했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와 동반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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