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문사가 내놓은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이 미국 대비 수수료는 비싸고 최소 가입금액 한도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초기인 데다 정부 규제가 한몫했기 때문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쿼터백, 디셈버, 밸류시스템, 써미트투자자문 등 투자자문사들이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기반의 금융상품을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최대 장점으로 꼽히던 낮은 수수료 및 낮은 초기 가입금액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쿼터백투자자문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를 주 투자 대상으로 하는 쿼터백 알파와 베타를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쿼터백 알파는 기본 수수료 1.0% 외에 투자성과 수수료, 베타 역시 0.4% 외에 투자성과 수수료를 각각 받는다. 투자성과 수수료는 투자로 벌어들인 수익의 10~15% 안팎이다.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원이다. 디셈버앤컴퍼니 역시 기본 수수료 0.4%에 초과 수익 시 10% 성과 수수료를 받는다. 최소 가입금액은 500만원이다.
반면에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베터먼트는 1만달러 이하 투자에 대해 0.35%의 수수료를 받는다. 10만달러 이상 투자 때는 연간 수수료가 0.15%로 낮아진다. 최소 가입금액은 없다. 성과보수도 없다. 웰스프런트 역시 연간 0.25% 수수료를 받고 최소 가입금액은 500달러다.
우리와 비교하면 수수료는 싸고 가입금액은 낮다.
업계는 우리나라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수수료가 높은 원인으로 초기 시장인 점과 정부 규제를 꼽았다.
김정범 대우증권 상품개발파트장은 “우리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초기로, 로봇 개발과 인력 운용에 따른 비용이 반영돼 수수료가 미국에 비해 비싸다”면서 “그러나 기존의 펀드 상품과 비교하면 가입금액과 수수료가 훨씬 싸다”고 설명했다.
판매 구조가 다른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웰스프런트나 베터먼트는 온라인으로 직접 상품을 팔면서 운용과 유통에 많은 자원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로봇이 직접 자금을 운용할 수도 없고 온라인 직접 거래도 안 된다. 자문사로선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운용을 위해 운용 인력과 유통망을 별도로 둘 수밖에 없다. 정부가 로봇 직접 운용이나 비대면 온라인 일임 매매를 허용하지 않는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일종의 장치산업”이라면서 “자산 운용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은 낮아지고 수익은 늘어날 수 있어 비대면 규제가 풀리고 업력이 쌓여 운용 규모가 커지면 수수료 경쟁도 불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외 주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수수료>
이경민 코스닥 전문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