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은행과 B은행이 우리 핀테크 기술을 적극 검토하다가 C은행과 제휴하면 A, B은행 모두 연락이 뚝 끊겨요. 한 금융사와 제휴하면 다른 곳과 제휴하기가 어려워지는 거죠.”
얼마 전 핀테크지원센터 1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한 핀테크 업체 대표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관련 내용을 호소했다. 특정 금융사와 멘토링을 맺으면 다른 금융사로의 접근이 사실상 금기시된다는 것이다. 금융사가 더욱 적극 여러 핀테크 사업자들이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줬으면 한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핀테크 기업과 경쟁적으로 제휴를 맺어 왔다. 물론 금융사가 사업 전략 유출을 우려한 것도 있겠지만 홍보 수단으로 핀테크 기업과 배타적 제휴를 맺어 온 측면이 크다.
`모 핀테크 기업과 최초 업무 협약`이란 타이틀을 놓고 타 금융사와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독점 제휴가 금융사와 핀테크기업의 합종연횡 가능성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핀테크기업이 다양한 금융사를 비롯해 다른 핀테크기업과 융합하고 시너지를 발휘할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호주 대형은행 `웨스트팩(Westpac)`이 주요 핀테크 스타트업 다수를 모아 사업 모델을 발표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금융위는 올해 핀테크 육성 목표로 해외 진출 기업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금융사들이 핀테크 기업들과 단순 업무 제휴를 넘어 더 많은 대화의 장을 열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먼 곳을 보자. 금융사와 핀테크기업이 적극 협력해야 핀테크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고 금융산업 또한 탄탄해진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