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국 샤오미 한국 총판이 된 한 유통기업이 여의도 서울 마리나를 통째로 빌려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샤오미 제품을 대거 전시했다. 집 인테리어처럼 조성한 전시장에는 UHD TV는 물론이고 정수기, 세그웨이, 전기밥솥, 침대 매트리스까지 등장했다. 한 가정을 몽땅 샤오미 제품으로만 채워도 부족함이 전혀 없어 보였다.
기자간담회에서 진행자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을 소개하며 국내 가전 기업 동급 사양 제품을 일대일 비교했다. 이니셜로 기업명을 제시했지만 쉽게 어떤 기업인지 알 수 있었다. 샤오미는 국내 기업제품 절반 가격에 뒤처지지 않는 스펙으로 무장하며 국내 시장 공세 가속화를 예고했다.
행사를 주최한 유통기업은 샤오미 본사 정책 변경으로 5월부터 국내 공식 채널 두 곳을 통해 샤오미 일부 제품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샤오미 전문 매장 개장도 눈앞에 뒀다. 샤오미 전용 애프터서비스(AS), 물류센터까지 준비됐다.
소식을 들은 국내 중소 가전업체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친분 있는 기자를 통해 행사 분위기를 실시간 전해 들었다. 말로는 애써 샤오미와 직접 경쟁 상대는 되지 않을 것이라 일축했지만 샤오미 국내 시장 공략 전략에 숨죽여 귀 기울였다.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기업 공세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속도와 규모가 예전보다 훨씬 거세다.
중국 1위 가전 기업 하이얼은 국내 `무카`라는 중저가 TV를 론칭해 초기물량 500대를 몇 시간만에 완판했다. TCL TV도 국내 출시 열흘 만에 준비수량이 모두 품절됐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시작으로 중국 저가 가전제품 국내 공습은 가속화될 것이다. 소비자는 선택권이 넓어졌지만 국내 중소 가전기업 공멸이 우려된다.
더 이상 중국산 가전은 `값싼 저가품` 이미지가 아니다. 오히려 `알짜 상품`이라는 인식이 늘고 있다.
국내 가전 기업의 자성과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 중국 공세에 대비한 생태계 보호에서는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중국 가전 공세는 이미 `찻잔 속 미풍`을 넘어서고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