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예산 편성 작업을 시작했다. 정확한 예산 규모는 9월에 확정되지만 390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 예상이다. 예산이 크게 늘거나 줄지 않는 만큼 관심사는 `어느 분야에 더 쓰이냐`다. 정부는 `일자리`와 `신산업`에 초점을 맞췄다.
고용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15년 만에 가장 높은 12.5%를 기록했다. 일자리 창출을 1순위 정책으로 삼은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신산업도 일자리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다. 정부도, 기업도 수년째 마땅한 미래 먹거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장동력 발굴의 실패는 이미 경제지표에 직·간접 반영되고 있다.
신산업에 투입하는 예산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허투루 쓰이는 예산을 10% 줄여 일자리와 신산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10%인 17조원을 절반씩 나눈다고 가정하면 신산업에 8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올해 연구개발(R&D) 총예산이 19조원임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기획재정부는 특정 분야에 집중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과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 통신강국의 기반을 닦은 사례를 언급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지금 구조로는 어려워 보인다. 절감 예산을 어디에 쓸지 각 부처가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 분야에 예산을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분야에 고루 배분할 가능성이 크다. 형평성을 고려한 합리적 결정이지만 당초 목적은 달성하기 어렵다.
가끔은 `몰아주기`가 필요하다. 기술 수준, 성장 가능성을 객관 분석, 지원 분야를 선정하고 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철저한 중간 평가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나눠주기식 예산 투입으로는 어정쩡한 성과밖에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경험을 통해 배웠다. 정부의 과감한 결정을 기대해 본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