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108>경쟁없이 성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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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저금리에 의한 수익성 악화에다 핀테크를 앞세운 정보기술(IT) 회사와의 영역 다툼도 치열하다. 각 언론에서 금융업 연봉이 다른 산업에 비해 너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금융 관련 인력은 매년 줄고 있고,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사실 이러한 직업의 위기 현상은 사무기술직 모두에게 해당된다.

금융가에 있을 때 보면 직원 스펙은 정말 훌륭하다. 금융업은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던 직장인 만큼 이 분야에 지원해서 자리를 잡은 직원들의 경쟁력은 뛰어나다. 다들 좋은 학교 출신과 좋은 성적에다 호감 가는 외모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만나 봐도 다들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일도 정말 열심히 한다. 직장인으로서는 모범이 될 만한 사람들이다.

이런 높은 경쟁력으로 취업한 은행원이 왜 실직의 공포에 떨게 된 걸까. 경쟁력이 남다르던 이들이 설령 퇴직해서 마땅히 갈 곳도 없고 할 것도 그저 그런, 그동안 몸담아 온 은행이 모호한 직장이 된 이유는 뭔가. 이들이 뭘 잘못한 걸까. 40대 후반~50대 초반에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은 퇴출되고 있다. 뭐가 잘못된 것인가. 누구의 책임인가.

힐링 전도사들은 “너희의 아픔은 너희 잘못이 아니야!”하면서 진통제 몇 알 나눠 줄 것이다. 그러나 약효가 떨어지면 또 아프다. 노동운동가들은 자본가에 맞서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고 노동자 스스로 단결해서 투쟁을 하자고 부추길 것이다. 투쟁을 한다고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진은 나만 믿고 회사에서 준 목표를 기필코 달성하라고 독려할 것이다. 올해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서 내가 꼭 멀쩡할 거라는 보장도 없다.

IBM에 근무할 때 보면 연공서열이 아니라 철저한 성과중심 인사체제였다. 영업 실적이 좋으면 진급하는 것이고 나쁘면 강등되는 것이 일상화돼 있었다. 임원들도 스스로 자기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있었고, 또 실제로 그렇게 인사가 이뤄졌다. 정말 인사는 윗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한다는 것이 실감 나는 그런 직장이었다. 모두들 내부 경쟁에서 처지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런 경쟁이 체질상 싫은 사람들은 회사를 제 발로 떠났다. 경쟁은 일상이었다.

직장을 다니다 보면 슬럼프도 있고 억울할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고 자신감 넘칠 때도 있다. 그 어느 때든 흔들리는 자기를 잡아 주고, 이튿날 또 정시에 출근하게 하는 힘은 내가 남들과의 경쟁에서 질 수 없다는 소박한 경쟁의식이었다. 열심히 하나 대충 하나 결과가 같은 대우를 받고 월급이 똑같이 오른다고 하면 어느 누가 열심히 일을 하겠는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누가 치열한 경쟁심을 가지고 자기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하겠는가. 평온하지만 발전은 있을 수 없다.

그런 결과가 오늘날 금융업계 사람들이 느끼는 황당함, 막막함을 가져온 것이다. 자질이 훌륭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평소에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의 경쟁력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꼭 금융업만이 아니라 내부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조직의 구성원은 산업이나 회사가 어려워져서 퉁겨져 나왔을 때 외부에서의 경쟁력이 전혀 없다. 그래서 퇴직이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되지 못하고 그저 자영업이나 고려하게 되고, 그조차도 1년을 넘기지 못하는 것이다.

퇴직금을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있는 직업이 몇 개 있다. 세상 물정에 어수룩하고, 경쟁력이 없는 그런 직업군이다. 이런 직업군을 살펴보면 내부에서 치열한 경쟁이 없게 된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경쟁이 없는 직업군은 능력이 있든 없든 나이순으로 세상에 나온다. 오직 나이가 가장 확실한 사람이 분별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평소에 직원 간에 치열한 경쟁체제가 잘 정착돼 있는 회사에서는 설령 자체 경쟁에서 탈락해도 그 탈락자 역시 경쟁하는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퇴직 후에도 나름대로의 경쟁력이 있다. 경력자 시장에서도 내부 경쟁이 치열한 조직에서 일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조직에서 나온 사람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 이른바 `IBM이 최고경영자(CEO)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것도 그 조직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기 역량을 극대화시켰기 때문이다.

경쟁은 사실 피곤하다. 그래서 서로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경쟁이 없으면 노력이 없고, 노력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 그러니 어차피 해야 할 경쟁이라면 오히려 경쟁을 즐기고, 경쟁을 통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 훨씬 현실성 있고 자기에게 유용한 전략이다.

지금 은행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성과급제는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 그래야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는 젊은 후배들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그런 후배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아서 지금 선배들이 겪고 있는 막막함을 반복해서 겪지 않을 것이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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