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이 탄소나노튜브(CNT), 그래핀 등 탄소소재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관련 사업부를 없애고 연구개발(R&D)과 생산인력 일부만 남겼다. 한때 회사 신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장 개화 속도가 더뎠다. 탄소소재 상용화 높은 장벽을 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선도업체 위축으로 국내 CNT 산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지난 연말 사업부 조정에서 탄소소재사업부문을 폐지했다. 탄소소재사업부문은 본사 사업부 차원에서 CNT와 그래핀 등 탄소나노소재 영업·마케팅을 담당했던 조직이다. 이 사업 부문장 역할을 했던 임원은 올해 부로 퇴사했다. 나머지 인력도 전환배치, 퇴사 등을 겪으며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이제 이 회사 탄소소재 사업은 R&D 중심 일부 기능만 남는다. 대부분 기능과 조직이 대전에 위치한 중앙연구소 소재연구센터로 이관됐다. 당분간 울산 CNT 공장도 R&D 용도로만 활용될 전망이다. 기존 고객사 주문 물량은 계속 생산한다.
울산공장은 연산 50톤 규모 생산 능력을 갖췄지만 시설 확충 이후 풀가동된 적이 없다. 연산 300톤 규모로 증설하려던 기존 계획도 철회한 바 있다. 이번 사업부 폐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R&D는 수행하겠지만 본사 차원 신규 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사업부 축소는 당분간 신규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당장 이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연구개발 기능은 유지하면서 다시 시장이 열리면 언제든 진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은 국내 CNT 산업 선도 기업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CNT 산업 위기가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지난 2008년 한화나노텍을 통해 CNT 대량 생산 기술을 세계 최초로 확보했다. 옛 일진나노텍을 인수, 한화나노텍으로 개명 후 2012년 본사로 흡수·합병했다.
CNT 사업 확대에도 적극적이었다. 2013년에는 연산 10톤 규모였던 부평공장을 울산공장으로 확장 이전했다. 연간 생산 가능 물량을 50톤으로 늘렸다. 2011년에는 미국 탄소나노소재 전문 연구기업 `XG사이언스`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탄소나노 소재 일종인 그래핀 사업 진출 포석이었다.
업계는 CNT 상용화 높은 장벽에 대기업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CNT는 철의 100배에 달하는 인장강도와 탁월한 전도성 덕분에 `꿈의 신소재`로 주목받았지만 지금껏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 마땅한 수요처를 찾지 못한 탓에 업황도 부진했다. 한화케미칼 역시 이 사업을 시작한 이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CNT는 20년 넘게 차세대 신소재로 주목받았지만 생각보다 시장 개화 속도가 느려 많은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지만 한화케미칼 역시 시장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