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산에 내몰린 풍력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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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봉균 기자.

풍력업계는 요즘 산업 붕괴 위기감까지 느낀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223㎿ 규모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되고 올해 국내 누적 설치 용량이 기가와트(GW)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정작 업체들의 표정은 어둡다.

이대로 가면 풍력 시장 자체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덕에 커지겠지만 국산 풍력발전기가 아닌 외산 풍력발전기의 독무대가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우리나라 풍력발전기 브랜드는 두산중공업, 유니슨, 한진산업, 효성 정도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STX중공업 등 조선업계가 경기 불황이란 직격탄을 맞고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들 기업은 육상풍력이든 해상풍력이든 우리나라에서 실적을 쌓아 해외로 나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육상풍력은 각종 환경, 산림 입지 규제에 막혀서 사업 승인을 받은 것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해상풍력은 5년 넘게 정부 사업을 목 빠지게 기다리다 결국 손들고 떠났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풍력업체도 조만간 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다. 사업성이 낮아 이미 수주한 물량까지만 공급하고 손을 떼겠다는 계산이다. 대주주가 투자금 회수를 노리면서 수주한 공사는 많아도 풍력발전기를 만들 자금은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풍력업계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은 최근 수년 동안 각종 정부 규제와 제도 설계 실패로 실적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지난해 뒤늦게 규제를 풀면서 수요는 생겨나고 있지만 이미 무너진 내수 기반을 되돌리기엔 늦었다는 지적이다.

그렇더라도 신기후체제 수립으로 온실가스 감축 의무는 무거워졌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풍력산업은 포기할 수도 없다. 풍력산업 명맥이 유지되도록 해상풍력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높여 경제성을 보장해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산업구조 개혁과 함께 금융 지원 같은 카드도 꺼낼 때가 됐다. 더 늦으면 쓸모가 없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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