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통화 `스카이프` TV 철수… 스마트TV 경쟁 "HW에서 콘텐츠로"

세계 TV업계가 `스카이프 이탈`을 기점 삼아 경쟁 구도를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한다. 카메라, 3차원(3D) 등 과거 경쟁적으로 추가했던 하드웨어(HW) 기능 대신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를 비롯한 소프트웨어(SW) 콘텐츠로 경쟁력을 강화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세계 TV 제조사에 영상통화 서비스 `스카이프` 중단을 통보했다. 스카이프 사용률이 높은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소비자 민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MS는 스카이프를 모바일 기기에서만 운영한다. 애플리케이션(앱) 공급자 철수이기 때문에 TV 제조사는 대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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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의 TV용 스카이프 철수는 TV가 더 이상 영상통화 수단으로서 매력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0년대 초반 스마트TV 확산에 맞춰 제조사마다 카메라를 경쟁적으로 탑재했지만 정작 사용 빈도는 낮았다. 최근 해킹 우려까지 불거지며 `시청`이 본 기능인 TV에 `촬영`을 접목하는 것에 시청자 거부감도 있었다.

TV 카메라는 3D 사양화 전철을 밟고 있다.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 사이 필수로 여겨졌던 3D는 콘텐츠 보급 미비로 시장여건이 조성되지 못하며 중·저가 모델을 시작으로 프리미엄에서도 제외됐다. 카메라도 필수 탑재에서 별도 판매 액세서리로 위상이 격화되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도 지난해 모델부터 카메라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경쟁 구도는 HW가 떠난 대신 콘텐츠가 이끌고 있다. `결국 TV는 보고, 듣는 제품`이라는 제조사·소비자 인식 때문이다. 세계 TV 업계 1~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 TV 사업 영업이익률이 5% 미만일 정도로 원가상승 여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HW만으로는 한계라는 업계 인식도 잇따랐다.

중국 LeTV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65인치 커브드 4K(UHD, 3840×2160) TV를 1만위안(약 180만원)에 판매한다. 삼성전자 제품 3분의 1 가격이다. TV 고객에 공급하는 콘텐츠 수입으로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 분석에 따르면 LeTV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 54%를 콘텐츠, 광고사업에서 일궜다. 영업이익률은 4.6%로 업계 평균 3%를 상회한다.

데보라 양 IHS 연구원은 “넷플릭스와 연계한 TV 출시설이 잇따르고 있는 등 LeTV 사업 모델은 TV 업계 새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콘텐츠가 TV 업계 성패를 가르는 주요 요소로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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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모델이 33개 채널을 추가로 볼 수 있는 스마트 TV 콘텐츠 서비스인 `TV PLUS`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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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모델이 삼성 스마트TV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선두권 업체도 새 경쟁구도에 가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에 선보인 실시간 콘텐츠 채널 `TV플러스`를 해외로 확대한다. LG전자 `채널플러스`도 마찬가지다. 양 사 모두 미국 넷플릭스와 제휴해 공동 프로모션을 계획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게임 확보 경쟁도 이어져 제공 콘텐츠 수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플레이스테이션나우`, LG전자는 `게임플라이`와 제휴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관계자는 “TV 본질에 대해 업계가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시·청각에 기반을 둔 TV 고유 기능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TV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제조사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