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 <법정에 선 IP> <14> 특허의 핵심... `진보성`

“새로운 기술이기만 하면 특허권을 가질 수 있을까?”

특허 등록 여부를 판단할 때 대표적인 기준으로 신규성과 진보성이 있습니다. 신규성은 기존 기술과의 동일성을 봅니다. 아주 똑같은 기술은 거의 없기 때문에 신규성 문제로 특허가 거절되는 사례는 적다고 합니다. 문제는 진보성입니다.

진보성은 기존 기술과 `얼마나 다른가`를 봅니다. 같은 기술 분야에서 쉽게 발명할 수 없어야 합니다. 해당 기술 분야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간단하게 발명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특허를 내주지 않습니다.

진보성을 따지는 건 새로운 발명이라고 모두 인정하면 특허권이 난립하고 분쟁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특허는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진보성이 없으면 의미가 없겠죠. 진보성 문제로 거절된 출원 사례를 보겠습니다.

가로등 고장을 판단하는 기술, 새로울 법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이미 생각해냈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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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심사 및 거절결정심판청구 절차. /자료:특허청(2011)

배전반과 전기자동제어반 제조업을 하는 A사는 2007년 `가로등 고장 검출장치 및 방법`에 관한 특허를 신청했습니다. 가로등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원공급을 자동으로 차단하고 원격통신으로 상황실에 실시간 전송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쉽게 발명할 수 있어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청으로부터 거절당했습니다. 회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특허심판원에 거절결정불복심판을 제기했지만 역시 진보성 문제로 기각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결국 원고인 회사 측과 피고 특허청은 이 기술이 기존 발명에서 얼마나 쉽게 도출할 수 있는가를 두고 법정에서 다투게 됐습니다.

쟁점이 된 부분은 가로등 고장 여부를 판단할 때 전원을 제어하는 기술의 진보성입니다. 원고 측 발명은 `(제어 장치에서 두뇌 역할인)프로세서가 고장으로 판단하면 제어명령을 내려 안정기 전원 공급을 차단한다`고 설명합니다. 비교 대상이 된 기존 발명은 고장 신호를 받으면 `전원`이 아닌 `점등을 온·오프`라고 표현했습니다. 특허법원은 `점등을 온·오프`방식에서 `전원을 차단`하는 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구성이 아니라며 진보성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허법원 판결이 위법이라며 파기환송했습니다. 고장이 감지되면 전원을 차단하는 기술은 본질이 같아 새로울 게 없다는 겁니다.

`고장 판단 시 전원 차단`은 전기 제품에 이상이 있을 때 전원을 차단하는 보통 기술에서 쉽게 도출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특허로 등록받으려면 기존보다 뛰어나 눈에 띄는 효과가 있어야 합니다. 진보성 판단 기준 중 하나인 기술을 적용했을 때 나타날 `효과`에 대해서도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며 진보성을 부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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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등록 여부를 판단할 때 대표적 기준으로 신규성과 진보성이 있다.

이 사례는 기술 개발에 앞서 꼼꼼한 선행기술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진보성 판단은 해당 기술 분야에서 선행기술과 대비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판단합니다. 더불어 특허청구범위를 작성할 때에도 기존 기술과 차별화될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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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운 IP노믹스 기자 accor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