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규제가 잡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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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석 전자자동차산업부 기자

일본의 4개 섬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는 홋카이도는 축제 분위기다. 26일 고속철도 홋카이도신칸센 개통 때문이다. 반면에 계획 44년 만에 이룬 꿈을 걱정하는 이도 많다. 최고 시속 360㎞를 내는 열차를 갖추고도 `규제` 때문에 시속 260㎞까지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상은 불법이다.

`정비신칸센법` 때문이다. 국토의 신칸센화를 목표로 경제 여건, 기술, 주변 소음을 감안해 1970년에 만든 신칸센 기본법이다. 이후 도호쿠, 규슈, 호쿠리쿠 등 일본 전역에 신칸센을 놓는 데 기여했지만 최고 시속 210㎞ 시절에 만든 법은 시대 변화를 따르지 못했다. 정치권의 무관심, 증속 시 주변 지역의 소음 민원을 우려한 정부의 무대책이 저속 신칸센을 만들었다.

우리에게도 많은 정비신칸센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다. 오토바이보다 작고 안전하며 환경오염도 일으키지 않아 미래형 교통 수단으로 각광 받지만 `법에 분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도로를 달릴 수 없다. 정부와 국회가 관심을 기울였다면 트위지는 지금쯤 배달 업계의 호응 속에 도로를 누비고, 르노삼성차는 부산에서 생산하며 산업 발전에 기여했을 것이다.

역대 정부는 `규제 타파` 구호를 중요 과제로 내세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규제는 물에 빠뜨리고 살릴 것만 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사물인터넷(IoT) 전자제품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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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 개통하는 홋카이도신칸센 열차 H5계 ⓒ위키피디아 Sukhoi37

하지만 체감은 더디다. 국토교통부가 허가 방침을 내놓은 `콜버스`는 한 달 만에 서울시의 규제를 만났다. 심야 택시를 잡기 어려운 장거리 승객을 위한 서비스를 두고 강남에서만 영업하라고 한다. 대안 없이 택시 업계의 반발만 우려, 콜버스를 `동네 장사`로 묶으려 한다.

콘텐츠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기대하게 한 넷플릭스는 최신작을 미국과 동시에 공개하지 못한다. 유난히 깐깐한 영상물등급심의 때문이다. 2008년에 폐지된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주도권을 구글과 애플에 내주는 참패를 만들어 냈다.

규제는 기술, 서비스가 공익을 해치지 않도록 제어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여야 한다. 집행권자의 권력이 돼서는 안 된다.


서형석 전자자동차산업부 기자 hs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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