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군 대불산단에 자리한 푸른중공업(대표 김봉철)의 생산 현장은 길이 24m에 이르는 고급요트 건조 작업으로 분주했다. 대당 적게는 2억500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요트는 말 그대로 `귀하신 몸`이다.
대량생산보다 맞춤형 수제 방식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설계부터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 등 제조 공정이 일반 선박보다 4배 이상 길다. 공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고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장 작업자들은 설계도면에 따라 선박 구석구석을 부드럽고 섬세하게 매만졌다.
푸른중공업이 100조원 규모의 글로벌 요트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호주 등 선진국이 선점한 시장에 차별화한 정보통신기술(ICT)과 틈새 마케팅으로 시장을 연다는 전략이다.
1998년 선박부품 회사로 출발한 푸른중공업은 10여년 전 메가요트 개발에 매달렸다. 글로벌 요트 수요가 해마다 4배 가까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단순한 선박부품 제조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국내외에서는 한국의 요트산업 진출을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푸른중공업은 기술력 쌓기에 절치부심했다. 김봉철 사장은 사무실 한 쪽에 커다란 지구본과 간이침대를 놓고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책상에 앉기보다는 직원들과 함께 기름때를 묻혔다. 한국해양대 기관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40년 가까이 선박과 함께해 온 `바다 사나이`다. 일본에서도 20여년 동안 선박회사에 근무하면서 전문지식과 글로벌 네크워크, 노하우를 쌓았다. 일찍이 요트산업으로 눈을 돌린 이유다.
푸른중공업은 ISO인증, 이노비즈, 수출유망중소기업 인증 등 품질 강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국내 불모지나 다른 바 없는 요트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기술력 확보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장관 표창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으뜸기업, 중소기업청 인재양성형 중소기업에도 잇따라 선정됐다.
김 사장은 미래 먹거리를 `맞춤형 수제 슈퍼요트`에서 찾고 있다.
해양수산부도 지난해 210억원을 들여 `100피트급 대형요트 설계, 건조 기술개발` 사업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ICT를 요트와 결합, 스마트요트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인공위성과 연계한 GPS 등 차별화된 첨단기술도 탑재할 방침이다.
푸른중공업은 해마다 프랑스, 모나코, 미국 마이애미 등지를 찾아 현지 트렌드와 산업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요트는 대부분 개인 맞춤형 주문을 하기 때문에 디자인과 인테리어 등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정희 부사장은 “대만의 경우 1980년대까지만 해도 200여개의 중소형 요트제조 회사들이 성업을 이뤘지만 규모화에 실패하면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면서 “요트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술력 확보 및 전문 인재 양성과 함께 저변 확대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푸른중공업은 품질은 동일하면서 비용은 절반가량 저렴한 요트를 건조하고 있다.
2005년 시험 건조에 들어가 2007년 42피트급 알루미늄 요트를 제작했다. 현재까지 30여척의 요트를 제작해 영국, 동남아 등에 수출길을 열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해양레저 미니클러스터 활동을 통해 `생산효율성 제고 인테리어 표준화 모듈`도 개발했다. 개발 제품은 터키에 40만달러에 수출됐다. 지난해 매출은 127억원이다.
김봉철 사장은 “그동안 축적해 온 요트 건조 노하우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기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국제 트렌드를 반영한 요트 디자인과 전문 인력 양성, 산·학·연 협력에 공을 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저유가 등으로 조선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대한민국은 조선과 정보기술(IT) 강국인 만큼 우리가 지닌 우수한 DNA를 첨단 요트산업과 결합한다면 승산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