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년 반 만에 다시 들고 나온 보급형 아이폰SE는 인도 등 신흥 시장을 노린 일종의 히든카드다. 공식 출시일은 31일인데 한국은 이번에도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됐다. 애플은 5월 말까지 110개국에 이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애플이 프리미엄폰 판매 감소로 인한 실적우려를 만회하기 내놓은 전략 제품이다. 성능은 보급형 치고는 좋아 보이지만 소비자가 5인치 이상의 대화면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화면크기가 4인치대로 작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7과 G5를 출시하는 상황에서 애플의 보급형 아이폰SE가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이폰SE는 2013년 9월에 나온 아이폰5s와 크기 등 외형이 비슷하지만, 성능은 작년에 선보인 아이폰6s와 비슷하다. 최신 프로세서인 A9 칩과 M9 모션 코프로세서를 탑재했고 카메라도 1200만 화소대다. 소재도 메탈(알루미늄)을 적용했다. 연속 사진을 찍어 마치 동영상과 같은 효과를 내는 `라이브 포토`, 근거리통신(NFC)을 이용한 애플페이, 4K 비디오 캡처 등 기능도 지원한다.
불과 3년도 안 돼 다시 `보급형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아이폰 판매 성장세가 사상 처음으로 꺾였기 때문이다. 애플은 작년 4분기 아이폰 판매 증가율이 0.4%에 그치며 2007년 아이폰 첫 출시 이후 사상 최저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아이폰 판매량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은 신제품 공백기인 상반기에 보급형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한풀 꺾인 스마트폰 판매량을 반등시키려는 전략이지만 업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삼성전자, 샤오미, 화웨이, LG전자 등 이미 `중저가 라인업`을 풍성하게 내놓고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경쟁사들의 저력이 만만치 않아서다. 삼성전자는 이미 갤럭시A, J, E 시리즈를 전 세계에서 지역별 맞춤형으로 운용하고 있고, 글로벌 메이저사로 떠오른 샤오미와 화웨이는 중저가에도 프리미엄급 성능을 내는 `가성비` 좋은 제품을 잇달아 내놓은 상태다. 샤오미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공개한 50만원대 프리미엄폰 미5(Mi5)가 대표적인 예다.
애플 안방인 북미권에서 시장점유율 3위를 줄곧 유지하는 LG전자 역시 보급형 K시리즈에 이어 선보인 X시리즈를 이번 주 한국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어서 애플로서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도 마찬가지다. 아이폰SE가 한국에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5월 말께는 삼성과 LG의 최신작 갤럭시S7·엣지, G5의 이동통신사 보조금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성능이 뛰어난 프리미엄 제품과도 가격 승부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그동안 아이폰을 갖고는 싶은데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였던 일부 소비자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애플의 아이폰`이라는 브랜드 파워도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