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사공자라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조나라의 평원군은 문객이 많기로 유명했다. 이즈음 진나라가 조나라를 침공했다. 조왕은 평원군을 초나라에 보내 연합하기를 청하고자 했다.
평원군은 함께 갈 스무 명을 문객 가운데에서 고르기로 한다. 모수란 이가 찾아와 스스로를 추천하며 써 달라고 한다. 평원군이 묻는다. “선생께서 제 부중에 오신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그러고 보니 3년이 훌쩍 지났네요.” “옛말에 낭중지추(囊中之錐)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주머니 속 송곳처럼 드러난다 했습니다. 이미 3년이나 되었는데 그동안 누구도 선생을 추천한 바도, 스스로 보여 준 바도 없으니 혹시 선생의 자질이 생각만 못한 것 아닌지요?” “공께서 주머니에 넣은 바 없으니 아실 턱이 없지 않겠습니까? 이번 기회에 재능을 보여 보지요.” 이처럼 자신을 유세하니 마지못해 그러자 했다.
초나라에 도착한 평원군은 초왕과 담판한다. 한나절이 지나도록 초왕을 설득하지 못한다. 모수가 담판장으로 올라간다. 초왕이 버럭 화를 낸다. “여기는 그대가 낄 곳이 아니니 내려가라.” 모수는 당황하지 않고 답한다. “이 동맹은 조나라를 위함이 아니라 초나라를 위한 것입니다. 그동안 진나라는 수차 초나라에 치욕을 안겼습니다. 만일 동맹치 않는다면 진나라는 조나라를 지나 초나라에 이를 것입니다.” 초왕은 자신의 말을 사과하고 동맹을 맺기로 한다.
평원군은 조나라로 돌아오면서 탄식한다. “내가 수백, 수천의 인재를 보아 스스로 안목이 있다 했는데 모수 같은 인물을 알아보지 못하였구나. 이제 내 어찌 안목이 있다 말하겠는가?”
시대를 건너뛰어 보자. 구글은 `자연상수 e의 근삿값에서 연속된 숫자로 나타나는 첫 번째 10자리 소수.com`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광고를 낸 적이 있다. 정답을 아는 사람은 이 사이트로 이력서를 내라는 말이었다. 수학적 사고 능력에다 창의성과 호기심이 출중한 인재를 찾겠다는 속내였으리라. 평원군과 구글 모두 인재 찾기가 쉽지 않았는가 보다.
에드워드 러지어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마이클 기브스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 `인사관리경제학(Personnel Economics in Practice)`에서 채용에 관한 간단한 문제를 하나 던진다. 당신이 투자은행 최고경영자(CEO)라고 하자. 투자 담당자에 결원이 생겼다. 두 후보자 가운데 한 사람을 채용하기로 한다. 첫 후보자는 전형적인 학위와 경력을 가졌다. 두 번째 후보자는 배경이 좀 특이하다. 재능은 매우 뛰어나지만 투자금융 경험은 없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묻는다.
일반적인 대답은 첫 후보자여야 한다. 금융 관련 학위와 투자분석가로서 몇 년의 경험까지. 얼마간 수익을 기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반면에 두 번째 후보자는 큰 수익을 안겨 줄 수 있지만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위험한 선택이다. 그리고 위험은 피하는 게 좋다고 배웠다.
저자의 대답은 다르다. 직관과는 달리 위험성이 큰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는 이렇다. 만일 두 번째 후보자가 성공작으로 판정되면 당연히 첫 후보자보다 수익을 많이 낼 것이므로 계속 고용하면 이익은 커진다. 만일 실패작으로 판정나면 그때 계약을 조정하면 되니 피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이른바 옵션가치(option value)를 고려하면 두 번째 후보자의 기대수익이 크다는 것이다.
인재 고르기에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째 채용 담당자의 두려움이다. 두 번째 후보가 실패작으로 드러나면 질책을 받을까 두려워한다. 안전한 선택을 한다. 누구라도 납득할 만한 선택이어서 실패해도 그를 지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성과를 판단하지 못할 때다. 이때 옵션가치는 줄어들고 위험한 후보자를 선택하기 힘들어진다. 셋째 해고비용이 클 때다. 이럴수록 자칫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안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두 저자는 몇 가지 조언을 전한다. `실패작을 채용했을 때 관대하라. 성과를 바르게 판단하라. 어느 정도 해고비용을 감수하라. 팀워크에 기반을 두고 일하게 하라. 당신 기업에서 일할 때 생산성이 더 높아지게 만들라.`
이제 한번 따져 보자. 우리 조직은 남다름에 너무 인색한 것은 아닌지. 스펙이 우선이고 역량과 성과와 열정은 못 본 체하는 것은 아닌지. 만일 그렇다면 내가, 우리 조직이 인재 고르기에 틀에 갇힌 잣대를 세워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