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21일(현지시간) 애플과 삼성 특허침해 손해배상 사건에 대해 피고 삼성 측이 낸 상고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 미국 대법원은 약 120년 만에 디자인 특허 사건을 다루게 됐다.
대법원은 삼성전자가 작년 12월 제출한 상고 허가 신청 중 제2항인 “디자인 특허가 제품의 한 구성요소에만 적용될 경우, 특허 침해 손해배상액이 침해자의 이익 중 이 구성요소에 기인한 이익에 한정돼야 하는가?”라는 질문만 심리하기로 했다. 대법원이 디자인 특허 침해 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현행 방식을 재검토해 판례를 확립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현행 미국 법령에 따르면 특허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은 침해된 특허가 사용된 제품 전체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돼 규정돼 있다. 제품 일부 요소만 특허를 침해했더라도 전체 제품 가치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상고허가 신청서에서 “특허로 등록된 디자인이 수저나 카펫의 경우는 핵심적 특징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스마트폰은 디자인과 전혀 상관이 없이 주목할만한 기능을 부여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또 “특허로 등록된 특징이 삼성전자 전화기 가치에 1%만 기여한다고 하더라도, 애플은 삼성의 이익 100%를 가져간다”며 항소심에서 내려진 판결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상고허가 신청서 제1항으로 “보호되지 않는 비(非)장식성 특징이 디자인 특허에 포함돼 있을 경우, 지방법원이 그 특허의 범위를 보호되는 장식적 특징에 한정해야 하는가?”하는 `디자인 특허의 범위`에 관한 질문을 포함했으나, 대법원은 상고심 심리 대상에서 이 부분은 제외했다.
특허침해 손해배상 사건은 2011년 4월 특허권자인 원고 애플이 소장을 제출하면서 개시됐다.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 제품은 피고 삼성전자가 생산해 판매한 갤럭시S, 넥서스S, 갤럭시탭 등이다.
이 사건에 대한 연방구역 연방항소법원의 작년 5월 항소심 판결은 피고 삼성전자가 5억4817만6477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원고 애플에 지불토록 명했다. 삼성전자는 항소심 판결이 나온 후 재심리 명령 신청 등 불복 절차를 밟았으나 기각되자 애플과 협의를 거쳐 작년 12월 중순에 이에 따른 배상액을 일단 지급했다.
삼성전자 상고 허가 신청을 대법원이 받아들임에 따라 배상액 중 약 3억9900만달러 부분이 상고심 재검토 대상이 된다.
연방대법원은 올해 10월 초부터 내년 7월 초인 2016∼2017년 회기에 상고심 구두변론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