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확인했다. 이르면 다음 달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를 확정한다.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대기업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후 첫 사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에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와 총수일가 사익 편취 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총수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대기업 내부 거래액이 연 200억원을 넘거나 연 매출액 12%를 넘을때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매제가 보유한 회사 두 곳에 일감을 집중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증권은 지점용 복사기를 임차 거래할 때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 현대그룹 계열사 에이치에스티를 거래 단계에 추가했다. 거래 과정에서 역할이 없는데도 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면서 중간 수수료인 `통행세`를 줘 부당 이득을 취하게 한 것이다.
에이치에스티는 현 회장 매제인 변찬중 씨가 지분 80%를 보유한 회사다. 오너 일가 지분 보유율이 95%에 달한다. 이 회사 2014년 매출 99억5600만원 중 69억8800만원은 국내 계열사 거래로 벌어들였다.
공정위는 현대로지스틱스가 택배송장용지 납품업체인 쓰리비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정황도 확인했다. 현대로지스틱스 역시 변찬중(40%)씨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현대로지스틱스는 다른 경쟁 택배회사에 비해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쓰리비에서 택배운송장을 구매해 오너 일가 소유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택배운송장은 택배물품 발송인, 수취인 정보 등을 기재해 화물 행선지를 명확히 하고 거래내용을 입증하는 자료다. 쓰리비는 2014년 매출액 34억8900만원 중 32억8300만원을 현대로지스틱스에서 벌어들였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대한 기업 의견서를 받은 후 이르면 다음 달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를 확정한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