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공천이 막바지에 들어가면서 비례대표 공천에 정치권 시선이 쏠렸다. 비례대표는 이번 20대에 의석 수가 줄어 등용문이 좁아진데다 특혜의혹, 계파 싸움이 얽히며 치열한 암투가 빚어졌다. 과학기술·ICT 출신 후보자는 아예 천거대상에서 빠지거나 당선권 밖으로 밀렸다.
20일 더불어민주당은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50)를 비례대표 1번으로 내정, 발표했다. 현직 수학교육과 교수를 비례대표 1번으로 배치해 지난 19대 때 새누리당이 여성과학자인 민병주 의원을 앉혀 `여성·과학자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했던 것과 비슷한 행마를 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수학교육학과를 나와 일리노이대 대학원에서 수학교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일반인에게 수학 이해도를 높이려 적극적 저술활동과 온라인 활동을 펼친 것이 발탁 배경으로 꼽힌다.
박 교수를 제외하고 당선 안정권에서는 문미옥 한국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47)이 유일하게 이공계 출신이다.
더민주는 이날 2번에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이어 김성수 당 대변인, 김숙희 서울시 의사회 회장,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 이용득 전 최고위원, 양정숙 변호사, 조희금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등을 상위 10번 안에 배치했다. 더민주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는 228명이다. 더민주는 중앙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순번을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당내 반발이 심해 21일 오후 최종 순번을 결정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비례대표 심의를 진행했으며 늦어도 22일께 비례대표 순번을 결정지을 계획이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신청자는 611명이다. 새누리당에서도 여성 후보 비율이 높아지면서 과기·ICT 출신 후보자가 공천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은 127명 후보가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전날 19일 천근아 연세대 의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후보자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이날 당사에서 첫 회의를 열고 자격심사소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비례대표 후보자 심사에 들어갔다. 국민의당도 21일께 후보자를 추려 순위를 발표할 방침이다.
정의당은 일찌감치 비례대표 포석을 마쳤다. 1번에 이정미 부대표, 2번에 국방전문가인 김종대 국방개혁기획단장을 배치했다.
여야 지역구 공천 작업도 막바지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253개 지역구 가운데 유승민 의원(3선·대구 동구을) 공천 심사만 남겨놓았다. 전날까지 34명 현역 의원을 탈락시켰다. 친박계와 김무성계 핵심 현역은 대부분 생존했다. 구 친이·유승민계 의원은 대거 무대 뒤로 사라졌다. 구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5선), 이명박 정부 특임장관 출신 주호영 의원(3선)이 서울 은평을 단수추천, 대구 수성을 여성우선추천으로 각각 탈락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조해진 의원(재선)을 비록해 김희국·이종훈·민현주·권은희·류성걸 의원 등도 모두 줄이어 탈락했다.
반면에 친박계에서는 3선 김태환, 서상기 의원은 탈락했지만 정갑윤(4선), 최경환(3선), 홍문종(3선), 조원진(재선) 의원,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공천을 확정지었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7선) 공천도 유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122개 수도권 지역구 대부분의 공천을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현역 의원 36명이 탈락했다. 더민주 공천에서는 당내 주류였던 친노계 중진과 정세균계가 대거 공천에서 배제됐다. 친노 좌장으로 꼽히는 이해찬(세종시), 정청래(서울 마포을) 의원이 대표적이다. 문희상·유인태 의원 등도 공천에서 배제됐고, 이미경(서울 은평갑), 정호준(중·성동을) 의원도 컷오프됐다.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당 지도부와 협력 관계를 유지했던 정세균계 역시 이번 공천에서 반토막났다.
이날 더민주는 입당한 진영 의원을 서울 용산에 전략공천하는 등 총 여섯 명의 전략공천을 추가 발표했다.
국민의당 공천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야당 심장부인 광주 공천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전날 김동철(광주 광산갑) 의원, 정용화(광주 서구갑) 전 부위원장 공천을 확정지었다. 광주 여덟 개 선거구 중 다섯 곳이 확정됐다. 광주 광산구을과 동·남구갑의 경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남은 현역인 권은희, 장병완 의원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