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변리사와 변호사 간에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 변리사들의 집단 반발
17일 서울 역삼동 한국지식재산센터 19층에서 개최된 변리사법 시행령 개정안 토론회는 파행을 맞았다. 변리사 자격을 얻기 위한 변호사 실무수습 요건을 정하기 위한 이날 토론회에서, 변리사들이 토론을 거부하며 퇴장했다. 김승열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이 “우리는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는 아니다”고 발언하자 변리사들이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은 나가라”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집단 퇴장한 것이다.
파행의 조짐은 토론회 시작 전부터 있었다. 이번 토론회는 변리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위한 각계각층의 의견 수립을 목적으로 특허청이 주최했다. 이 과정에서 초청대상을 두고 변리사회가 반발했다. 초청대상에 법학전문대학원생은 포함된 반면 변리사시험 응시생은 제외된 점, 산업계와 과학기술계의 초청이 없는 점이 문제가 됐다.
◇변리사 실무수습, 누가 맡나?
변리사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남은 일부 변리사들과 변호사들 간에도 고성이 이어졌다. 변리사 자격을 원하는 변호사의 실무수습교육을 변협이 직접 담당하겠다는 변호사측 주장에 대해 변리사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연 2000명 가까이 배출되는 변호사의 실무수습을 담당하기 위한 변리사회의 인적·물적 시설이 부족하다”는 변협측 주장에 대해 변리사들은 “변협은 그 변호사 전부에게 변리사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냐”며 “사실상 변리사법 개정 취지를 무시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실무수습을 누가 담당할지 외에도 교육 내용을 놓고도 변리사회와 변협은 이견을 보였다. 현행 변리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1년의 실무수습을 변리사회 또는 변리사회가 지정한 기관에서 시행하며, 필요한 사항은 변리사회가 특허청장 승인을 받아 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변리사 시험 합격자들은 2개월의 집체교육과 10개월의 수습처교육을 거치고 있다.
◇변리사 실무수습, 교육 내용은?
변리사회가 제시한 개정안은 변리사 시험 합격자는 현행 교육제도를 유지하되, 변호사 자격자에 대해서는 지재권 및 자연과학교육을 위해 12개월의 집체교육과 12개월의 수습처교육을 수료할 것을 골자로 한다. 강일우 변리사회장은 “현재 실효성이 거의 없는 로스쿨 지재권 교육과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 부족을 고려하면 변호사의 실무수습기간을 늘려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협은 2개월의 자체 실무교육을 수료하면 변리사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승열 변협 부회장은 “로스쿨졸업 변호사들은 이미 3년 동안 로스쿨에서 실무교육을 받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만큼, 추가로 1년 이상의 실무수습은 불필요하다”며 “지식재산연수원의 관리감독 하에 로스쿨 실무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고, 현행 변리사 실무수습 과정에서 로스쿨과 중복되는 부분을 제외하면 2개월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허청은 약 2주 후 변리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위한 공식적인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청회에 산업계와 과학기술계 인사도 초청해야 한다는 변리사회 주장에 대해 특허청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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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진 IP노믹스 기자 mjsh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