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D-26]비례대표, 과기·ICT 전문가 비중 높여야…"구색 맞추기 안돼"

지난 18대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출신 국회의원은 21명, 19대 국회에선 24명으로 전체 의원 수 7~8% 수준에 그쳤다. 이 가운데 순수 이공계 전공자만 가려내면 4~5%대로 더 낮아진다.

현재 20대 총선에서 여야 공천을 받은 ICT 출신 지역구 후보는 10명 안팎이다. 이들 모두 당선되고 비례대표로 최대 20명이 안정권에 든다 해도 최종 결과는 전체 의석수 10분의 1에 불과하다. 20대 국회에서도 두 자리 의석 확보는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다.

특히 19대에선 새누리당이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을 비례대표 1번, 강은희 여성IT기업인협회장을 비례대표 5번으로 확정해 과기·ICT계의 자존감을 높였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선 비례대표 선출 시 이공계 출신에 대한 가산점이 없어진 데다 여성·장애인 비중이 월등히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과기·ICT 전문가 설 자리는 줄었다.

산업계는 여야 비례대표 순번에 한 명이라도 더 당선권에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회의원 한 명이 곧 입법기관이기 때문에 산업 부흥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20번 안쪽, 더불어민주당에선 15번 안쪽에 배치돼야 안정권이다.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ICT대연합)은 지난달 24일 20대 총선에서 ICT인을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적극 공천할 것을 여야에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ICT대연합은 우리나라 경제에서 ICT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을 고려할 때 최대한 많은 ICT인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계의 한 원로는 “지금까지 정부는 ICT 강국임을 자부하고 과학기술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실제 산업 종사자는 홀대받고 있다”면서 “과학기술과 ICT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산업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 입법 활동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핀테크, 모바일, 헬스케어 등이 차세대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ICT산업에 대한 선제적 입법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들 분야는 관련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장기 안목으로 현안을 분석해 미래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정보기술(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지고 ICT 융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입법 권한을 휘두를 경우 규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20대 총선에 ICT인이 철저히 배제된 것에 대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IT업계의 한 대표는 “지금은 국가적으로 ICT 흐름과 산업 방향을 결정지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인데 의사결정자에 ICT인이 없다는 것은 대한민국 미래가 없다는 것과 같다”면서 “이웃나라 중국에서도 이공대 출신 테크노크라트들이 경제 성장을 기획하고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현정 한국SW산업협회 회장은 “19대 총선에서 도입한 이공계 출신 20% 가산점마저 이번에 폐지되면서 ICT 전문 정치 신인이 설 수 있는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면서 “이들 신인 정치인에게 국회 입성의 문턱을 낮춰 주는 노력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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