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4월 발표 예정이던 `지능정보산업 발전전략`을 17일 발표했다. 세기의 이세돌-알파고 대국으로 인공지능(AI)이 이슈화됐기 때문이다. 대국 이전인 연초 업무보고에서 지능정보사회를 언급했기에 이슈에 따른 `부화뇌동`이라는 지적은 받지 않게 됐다.
남은 건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일이다. 계획 수립은 어렵지 않다. 미래부는 지능정보기술과 산업 발전전략을 19쪽짜리 파워포인트로 만들었다. 대통령 앞에서 발표했다.
그럴 듯하다. 계획에 따르면 미래부는 지능정보기술 연구소를 설립한다. 분야별 기술을 선점하고 전문가와 데이터 인프라를 확충한다. 지난해 마련한 K-ICT 9대 전략에 지능정보기술을 추가, 10대 전략으로 정비한다. 5년간 1조원을 투자한다.
그런데 이번 발표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산업의 현실이 오버랩되는 건 왜일까. 정부는 오랫동안 SW산업 육성책을 펼쳐 왔지만 국내 SW산업의 현실은 처참하기만 하다. 글로벌 기업이나 제품 하나 없다. 벤처와 개발자는 여전히 SW에 미래가 없다고 한다.
거창한 계획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한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중장기 SW 육성전략이 발표됐다. 그런데도 임베디드나 게임 등 특정 분야를 제외한 SW산업의 경쟁력은 선진국에 한참 뒤처져 있다. 왜일까.
이유는 두 가지다. 계획은 세우지만 실행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다. 매년 발표하는 전략은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1년 뒤 해당 전략이 잘 추진되고 있는지 관심을 두는 사람도 없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SW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썩은 땅에는 아무리 씨앗을 뿌려도 싹이 나지 않는다.
지능정보기술도 마찬가지다. 계획보다는 실행이 중요하다. 계획 실행을 점검하고 모니터링할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좀 늦더라도 사회 인식을 전환하고 전문인력 등 기반을 갖추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지능정보기술이 정말 4차 산업혁명의 도구라면 SW산업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